<뉴스파인더>에서는 기획시리즈 “사회적경제의 허와 실”을 사회적경제조사연구회와 함께 연재합니다.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자유의사에 따라 행동하며 자발적 질서를 형성하고 합의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시장경제와 달리, 사회적 경제는 근본적으로 공동체주의, 집단주의에 뿌리를 두며, 성장보다는 분배, 자유보다 평등을 추구합니다. 무서운 속도로 설립되고 있는 협동조합,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활성화 되고 있는 마을공동체 등을 포함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를 해부하여 사회적경제의 허와 실을 알리고,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진실을 전파하고자 합니다. - 편집 주

 

2011년 미국 뉴욕 시가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일명 개비 담배(또는 까치 담배)를 사고파는 지하시장(암시장)이 형성되고 호황을 맞이했다. 당시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공공구역에서의 금연 지정과 더불어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흡연 가능한 곳이 줄어든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개비 담배를 구입할 때 흡연자들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했지만 다음날에도 어김없이 찾아왔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흡연자들이 생각하는 담뱃값의 저항선은 실제 스스로의 의지와 별개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뉴욕 시장이었던 마이클 블룸버그는 해당 조치로 시민들이 금연할 것으로 예상했겠지만 오히려 그들은 개비 담배로 수요를 충족시킨 셈이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여파가 만만치 않았는데

 유럽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12년 유럽 내 여러 나라에서 담뱃값을 인상하자, 담배 지하시장이 우후죽순 형성되었던 적이 있었다. 납세자연맹에 의하면, 2010년 이집트의 경우 담뱃세를 80% 인상하면서 가격이 대폭 오르게 되자 0.1%로 미미했던 기존의 담배 지하시장 비율이 순식간에 7%나 증가하는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무려 약 70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한편 1990년대 캐나다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991년 담배 한 갑에 3센트 가량의 부가세를 추가하면서 캐나다 내 담배 지하시장이 급속도로 증가했던 것이다. 1993년엔 지하시장의 규모가 자그마치 50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같은 부작용으로 인해 캐나다 정부는 1994년 담배 부가세를 철회했다.

 정부에선 2015년부터 기존의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대폭 올린다고 발표했다. 앞선 사례들로 미루어보아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담배 메뚜기족 및 편의점 사재기 기승으로 인해 시중에 담배가 점차 사라지면서 1인당 담배 판매량을 제한하는 정책(1인, 1갑 판매 / 日)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밀수담배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담배 밀수만 해도 약 7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담뱃값을 2000원이나 올리게 되면 밀수담배의 불법유통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청은 ‘면세담배 통합관리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곧 시행될 국내 담뱃세 인상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지하경제를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선 담뱃값을 인상하면 가격이 오름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는 단순한 원리 때문에 일단 담배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이때 결정된 가격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된 가격이 아니라 ‘정부 개입’에 의해 고정된 가격이다. 수요자들이 허용할 수 있는 가격 이상으로 담뱃값을 올리면 지하시장이 생길 우려가 있다. 지하시장에서 형성될 가격이 얼마일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점은 지하시장 자체가 법이 미치지 않는 곳에 놓여있기에 농약 담배 등 인체에 해로운 불량 담배가 거래되어 유통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점들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국내 흡연인구가 상당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담뱃값을 사상 최대 폭으로 올리면 사회적인 갈등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실제 한 언론사에서는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 담뱃값 세수가 재산세보다 많기 때문에 국민 건강보단 세수 확보에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야당은 담뱃값 인상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사고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볼 때 담뱃값을 인상하는 데 있어 신중한 판단이 재차 요구된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해야

 금연은 기본적으로 캠페인처럼 계도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담뱃값 인상 시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7% 줄어드는 데 비해, 비가격정책으로 인한 흡연 감소율은 12.6%에 달하여 금연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 있다. 담배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관습 속에 자리 잡혀왔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리다간 그릇된 현상들이 나타날 소지가 크다. 앞서 언급한 다른 나라에서의 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심도 깊은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정성우 |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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