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사회적경제의 허와 실”을 사회적경제조사연구회와 함께 연재합니다.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자유의사에 따라 행동하며 자발적 질서를 형성하고 합의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시장경제와 달리, 사회적경제는 근본적으로 공동체주의, 집단주의에 뿌리를 두며, 성장보다는 분배, 자유보다 평등을 추구합니다. 무서운 속도로 설립되고 있는 협동조합,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활성화 되고 있는 마을공동체 등을 포함하고 있는 사회적경제를 해부하여 사회적경제의 허와 실을 알리고,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진실을 전파하고자 합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다양한 조직과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 중 조직을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키고자 결성한 결사체로 알려진 협동조합이 한국에서 광풍처럼 유행하면서 우후죽순처럼 설립되고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 의하면 세계 각지에 수많은 협동조합이 존재하며, 협동조합 참가자 수는 전 세계에서 8억 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늘날의 협동조합은 일찍이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맞이한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이 때 협동조합은 정치적 단체의 성격이 짙었다. 영국에서는 18세기 이후 엔클로저에 의해 농촌공동체가 해체되고 도시로 인구가 몰려들자 공장 근로자가 형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회개혁 운동이 일어났고 정부 차원에서는 구빈법이나 공장입법을 제정했다. 그러면서 근로자의 곤궁을 개선하기 위해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이때 사상적으로 특히 큰 영향력을 끼친 사람이 로버트 오웬이다. 전 세계 협동조합 설립운동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는 오웬은 영국 최초의 사회주의자로서 생시몽, 샤를 푸리에와 3대 공상적 사회주의자로 불린다. 오웬은 협동조합 운동을 통해서 이상 사회를 건설하려고 했고, 협동조합 운동은 공산주의 운동의 중요한 축을 이루었다. 오웬의 협동조합사상의 영향을 받은 로취데일는 1844년 공정선구자조합 설립한 후 국제협동조합연맹(ICA)으로 발전한다.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한 UN
협동조합들의 국제적 연대기구인 국제협동조합연맹(ICA)는 자신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1995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해줄 것을 UN에 요청했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2009년 12월 UN은 올해를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국을 겪은 뒤인 2009년 말 결국 유엔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했다.

특히 국가 간 혹은 각 국 내부의 사회통합에 노력하고 있는 UN은 세계적인 협동조합 기업들의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능력과 시장경제를 보완할 수 있는 경제모델로서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과 지속가능한 성장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을 제시했다. 

이 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도 협동조합은 조합원과 직원,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어 그 힘과 회복력을 입증했다”며 “협동조합은 경제발전과 사회적 책임, 둘 다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환기시켜주는 조언자이다”라고 했다. 이 협동조합 모델이 조명 받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성장이 둔화 또는 정체되면서 성장보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협동조합의 본질적 속성이 특히 경제위기 기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번영과 풍요의 시장경제에 반하는 협동조합
협동조합은 다양한 유형으로 조직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발전에서 협동조합의 잠재력 및 사회통합을 달성하는 기능에 대해 국제기구들의 관심을 받아 왔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노력에 불구하고도 각 국의 발전과 법제도 체계의 차이, 국가발전에서 협동조합이 가지는 기능 등에 따라 협동조합에 관한 법제도도 국가마다 차이가 있어 협동조합의 잠재력 혹은 사회발전에 대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격차가 있다.

세계협동조합의 해 로고를 살펴보면 7명의 사람이 협력하여 정사각형의 물체를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정사각형의 물체는 협동조합의 사업이 목표로 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형상화한다. 7명의 사람은 개방적인 조합원제, 민주적 운영, 경제적 참여, 자치와 자립, 교육과 훈련, 협동조합 간의 협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라는 협동조합의 7가지 원칙을 나타내고 있다. 로고 모양과 설명만 보더라도 협동조합은 공동체주의 심지어 집단주의까지를 표방하고 있다.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협동조합 운동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시장경제의 꽃인 주식회사에 대한 불만, 개인주의에 대한 반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운동을 적극 참여하는 사람들에겐 투자금액에 따라서 의결권이 정해지는 주식회사 제도는 자본의 지배를 받지만 대조적으로 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이 협동을 통해서 운영되는 조직이다. 사회주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은 주식회사가 지배하는 시장경제에 대한 강력한 대안이다. 국민을 협동조합 구성원으로 만들어 시장경제로부터 격리시키고 하는 정치적 의도가 보이고 있다. 그것이 협동조합 운동에 대한 염려스러움이라 하겠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  포퓰리즘감시시민단체연합 사무총장 / 사회적경제조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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