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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여행칼럼] 제주 올레길 1코스…제주도 여행에 닻을 올리다
이승우 여행칼럼니스트  |  webmaster@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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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7  0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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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 달 만에 다시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를 찾았다. 무더위는 여전하지만 올레길의 매력에 이끌려 또 한 번 완주를 위해 시작점에 섰다.

시흥리는 올레길을 여는 출발점이다. 올레길을 처음 만들 때 시흥리를 시작점으로 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전 코스를 한 번 걷고 난 후에야 알았다.

100여 년 전 제주도는 제주, 정의, 대정 등 3개의 행정구역으로 구분 돼 있었는데, 시흥리가 속한 당시 정의군의 채수광 군수가 ‘맨 처음 마을’이란 의미로 ‘시흥리’로 명명했단다.

부임하는 제주 목사가 맨 처음 제주를 둘러볼 때는 시흥리에서 시작해 인근 종달리에서 마쳤다고 한다.

제주 올레길 1코스는 시흥초등학교에서 시작해 말미오름과 당오름, 종달리 옛 소금밭, 목화휴게소, 시흥해녀의 집, 성산갑문, 성산일출봉, 수마포, 광치기 해변까지 약 15.1km 거리다.

검은 현무암 밭담 길을 따라 8월의 녹음이 우거진 말미오름(두산봉)을 보면서 발을 딛고 걷는 기분이 최고다.

형상이 마치 범이 포효하는 모습을 가진 말미오름과 새 알을 닮은 알오름 정상에 서면 우도와 성산일출봉, 지미봉, 한라산과 다랑쉬오름까지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한적한 종달리 마을을 느리게 걷다보면 고향길을 걷는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을 끝자락에서 만난, 탁 트인 종달바당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느낄 수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종달리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말미오름과 알오름, 종달바당, 성산일출봉, 우도가 입체적으로 다가와 눈을 호강시켜 준다.

목화휴게소에 다다를 때 건조대에 널어놓은 한치는 무더위에 걷는 올래꾼들의 눈과 미각을 자극해 안주 삼아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절로 생각나게 한다.

오소포 연대를 지나 오조해녀의 집을 끼고 돌면 성산일출봉이 눈앞에 우뚝 서 있다. 성산갑문을 지나면서 보이는 성산일출봉의 포스에 새삼 놀란다. 한 발씩 다가갈수록 경이감이 더해진다.

성산일출봉은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명소다. 이 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필자는 관광객들을 피해, 올레길 표지(간세, 리본, 화살표)를 따라 주차장을 가로질러 수마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올레길 1코스 종착점인 광치기 해변까지는 1.5km 정도만 걸으면 완주한다는 생각에 힘이 생기고 뿌듯함이 들었다.

이런 생각도 잠시, 수마포에서 본 성산일출봉 아래에 동굴이 여러 개가 나 있는 것이 보였다. 성산일출봉은 일본해군의 자살특공기지였고, 동굴들은 특공소형선을 숨기기 위한 비밀기지였다는 사실을 잠시 뒤에 알고, 아픈 역사에 다리가 풀렸다.

광치기 해변에 다다랐을 때 ‘제주 4·3 성산읍지역 양민 집단학살터 표지석’을 마주하면서 또 한 번 슬픈 역사에 기분이 침체됐다. 앞으로는 뼈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올레길 1코스 트레킹을 끝내고 집에 가는 시외버스에 지친 몸을 실었다.

여행에서 뭔가를 배워야 하는 것은 반드시 아니지만, 잊지 말고 가슴에 새겨둘 것은 분명히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승우 여행칼럼니스트(전 대경대 교수)
이디저디(‘여기저기’의 제주어) 여행인문학 강의·여행칼럼
010-9331-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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