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기자] 작년 말, 17대 국회서부터 발의되었던 '희귀질환관리법'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현재 정부의 시행령 및 5개년 계획 수립단계에 와있다.

보건당국 여러 부처 차원에서 희귀질환에 관한 지원은 산발적으로 이루어져왔으나 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법안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되어 오던 것이 관리법 제정으로 체계적 제도하에 보완 정비되는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 한국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

이에 발 맞추어, 한국희귀질환재단(이사장 김현주)은 재단 설립 5주년을 즈음한 24일 오후2시 국회헌정기념관에서 '희귀질환관리법 통과 후속조치에 대한 논의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 심포지엄에는 희귀질환관리법 시행령 마련의 주무부처인 복지부 질병정책과와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책임있는 공무원이 참석할 예정이며,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과 다수의 희귀질환 환자단체, 의료와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들이 참석해 향후 구체적인 시행령 등 5개년정부종합계획수립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심포지엄에 앞서, 희귀질환 치료와 관리의 불모지와도 같았던 시기서부터 국내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유전상담을 펼치고 재단을 설립해 환자들에 대한 지원과 정책 변화를 이끌어 온 한국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을 만나 국내 희귀질환 관리의 현주소와 이번 심포지엄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아래는 한국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과의 인터뷰)

1. 희귀질환재단에 대한 설명과 5년간의 성과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2011년 재단이 정부의 인가를 받아 공익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첫 목적사업으로 ‘유전상담지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과 정부와 다른 비영리단체에서의 지원이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전상담’은 아직도 국내 의료현장에서 제공되고 있지 않아 ‘희귀질환의 비극’이 우리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유전상담지원사업의 첫 단계로 유전상담 교육강좌와 세미나를 전국 8개 대학병원에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과 유관 전문인 1600명을 상대로 개최하여 유전상담이 무엇이며, 어떻게 희귀질환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알리는 동시에 희귀질환의 인식과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78%에서는 유전상담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으며 83%에서 유전상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조사되어 유전상담에 대한 교육,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특히 98%에서 유전상담서비스가 희귀질환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여, 제2단계로 2012년 5월부터 유전성 희귀질환 환자와 고위험군 가족에게 유전상담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하여 4년간 1718명에게 유전상담서비스를 무료로 그리고 유전자검사는 경제적 여건에 따라 차등지원하고 있습니다. 2013년 12월 실시한 유전상담서비스 지원사업 만족도 조사에서 유전상담을 통해서 질환을 이해하고 질환에 대한 의학적 유전학적 정보를 충분히 이해하데 도움이 되었으며 동시에 질환 대응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로 유전상담서비스의 필요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재단에서는 앞으로도 정부에서 유전상담서비스를 의료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노력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동시에 제3단계의 사업으로 2013년부터 유전상담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 비의사 전문유전상담사 교육, 양성 프로그램을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아주대의대와 건양대의대에 유전상담과를 신설하고 지원해오고 있다.)

한편, “사랑의 릴레이 음악회”, “나도 화가”, “시화전” 등 “사랑의 축제 한마당”을 개최하여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에게 그들의 문화활동의 기회와 참여를 유도해왔습니다. 동시에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일반인들과 예술 문화를 함께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문화생활 참여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지원사업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한국희귀질환연맹 때부터 숙원사업인 ‘희귀질환관리법’ 제정을 위해서 지난 17대 국회때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이끌어내고, 국회의 법 발의 과정에서 “희귀질환 관리법 제정의 필요성”을 발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2015년 12월 국회에서 극적으로 5개 법안을 통합하여 희귀질환 관리법으로 제정되는데 일조할 수 있었습니다.
 

2. 6월24일 예정된 재단 5주년 기념 및 희귀질환관리법 후속조치 심포지엄은 어떤 행사인가요?

지난 10여년을 고대해오던 국회의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되어 정부의 후속조치(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과 정부 5개년 종합계획 수립)가 논의되고 있는 이 때, 희귀질환 환자들과 가족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정부의 후속조치에 국내 희귀질환의 열악한 상황을 직시하고 희귀질환 특성(희소성, 다양성, 유전성)이 반영되어 희귀질환자와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희귀질환자와 가족, 정부관계자, 전문가 그룹 및 관심 있는 청소년들과 대학생, 일반시민이 모여서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3. 우리나라 희귀질환 환우들의 현황은?

국내 희귀질환은 아직 대부분 진단되지 않은 채 ‘의료난민’으로, 특히 오진되어있는 열악한 상황이다. 이는 희귀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단,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임상유전학전문의와 유전상담사)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유전성 희귀질환으로 진단이 되어도 “유전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희귀질환의 효율적 관리는 물론 예방에 큰 어려움이 있고, 가정이 붕괴되는 비극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 희귀질환 보인자 여성이 찾아와 김현주 이사장과 유전상담을 나누고 있다.

4. 모든 환우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힘든 몇 사례를 들어 얘기해주신다면?

국립서울대병원은 물론 정부의 질병관리본부 희귀난치성과의 ‘헬프라인’에서조차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전자검사까지 시행해서 근육병을 확진하였는데도 근육병 아이를 가진 어머니에게 적절한 유전상담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서, 근육병의 위험도가 없는 정상인 태아(남)를 두 번씩이나 중절시켜야했던 한 근육병 어머니의 비통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또한 3살 때부터 아픈 아들을 데리고 부산에서 서울로(서울대병원 등) 전전하다가 최근 유전자 검사를 받아 12세 때 아주 희귀질환(카무라티 엥겔만 증후군)으로 진단되었지만 적절한 유전상담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엄마와 아직 증상이 없었던 여동생도 같은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견되어 남편으로부터 이혼당한 아이들 엄마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소외감을 접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1살 넘어 6번 염색체 일부의 미세결손이라는 진단을 받고 3살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 나왔던 어린아이가 이제 9살의 중증 장애인(말도 못하고 음식도 혼자 못먹고 대소변도 가릴수 없고 겯지도 못하는)이 되어 다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 출연해서 ARS지원을 받게 되는 환아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희귀질환으로 진단되었지만 정부의 의료비지원과 산정특례 대상에서 제외되어서, 부모가 직업을 포기하고 온전히 중증 장애아 케어에 매달리고 있는(위로는 사춘기 누나와 동생도 있는데) 이 가족의 사연은 우리 사회의 희귀질환관리 시스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5. 희귀질환관리법이 올바르게 제정되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국내 희귀질환의 현주소를 정확히 직시하고 다른 질환군과 차별화되는 희귀질환의 특성(희소성, 다양성, 유전성)을 담은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2015년 12월 통과된 희귀질환 관리법은 그동안 발의되었던 5개의 희귀난치성질환관련법들을 통합하여 시급히 처리하는 과정에서 타질환군과 차별화 되는 유전성(가족 내 재발 및 대물림)에 대한 ‘유전 상담서비스 제공의 필요성’과, 국내 희귀질환자의 대부분이 오진되거나 진단되지 않고 있는 문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확충과 진단관리 시스템의 인프라 구축’의 내용이 법안에 담기지 않고 통과되어, 이제라도 정부의 희귀질환 시행령과 시행규칙 및 5개년 계획 수립에는 명시되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2012년 진단되지 못한 희귀질환 환자에게 유전자검사 진단 지원사업으로 고액의 유전자 검사를 정부에서 지원하여 확진은 되었으나, 유전자검사 결과 후 그에 대한 설명과 의미, 재발여부에 대한 유전상담은 제공하고 있지 않아 정상인 태아를 중절하는 등 희귀질환의 비극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희귀질환 관리에서 타질환군과 차별화되는 특성, 즉 재발, 대물림(유전성)을 반영하여 환자와 고위험군 가족에게 유전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인 정책에 명시되어야만 국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희귀질환 비극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선정한 140여개의 질환의 경우에만 의료비 지원이나 산정특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희귀질환으로 진단이 되어도 정부의 경제적 지원으로부터 소외된 환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정부치료비지원금의 대부분이 만성난치성 환자(당뇨로 인한 신부전증 환자 등)에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지원대상 선정에 큰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다운증후군으로 진단되면 정부지원이 되나 그보다 매우 심각한 중증장애를 초래하는 다른 염색체 질환(미세결손이나 증폭에 의한)은 진단되어도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으며, 신경계 질환 중에 진행성으로 중증장애를 일으키며 대물림되어 사회 심리적 부담이 매우 큰 헌팅턴 증후군의 경우 의료비지원대상이긴 하나 보장구와 간병인 지원에서는 제외되어 있어 정부의 현 지원정책의 문제점이 이번 정부 후속조치에서는 정확하게 보완 수립되어야 합니다.
 

6. 선진국의 경우 희귀질환에 대한 진단 및 치료 현황은 어떠한가요?

우선 희귀질환의 진단 및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인력(임상전문의와 비의사유전상담사)이 확보되어 희귀질환 관리에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점이 국내의료 현황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선진국(미국)에서는 1970년도부터 유전질환으로 진단될 경우, 효율적인 관리와 심리 사회적 부담을 극복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유전상담을 핵심적인 의료서비스 중 하나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에서는 2001년 4개 질환을 시작으로 현재 142개 질환을 선정하여 의료비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유전상담서비스는 정부의 의료비지원사업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보험 수가도 책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정부에서는 2006년부터 ‘희귀난치성질환 헬프라인’ 서비스를 통해서 희귀난치성질환 전문정보를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에게 제공함과 동시에 유전상담을 권하고는 있지만, 이를 위한 전문 인력 양성 및 보험수가 적용 등 제도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실제로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전문 유전상담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환자 가족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시간(최소 30분)이 소요되는 유전상담을 유전상담전문가 교육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교육과 수련 경험이 없는 개원의들이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서 제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따라서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유전상담 서비스가 가족 내 재발하거나 대물림 될 수 있는 희귀난치성질환의 특성을 고려한 효율적인 관리와 예방 차원의 의료서비스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어서 때로는 환자와 가족들의 가정 파탄 및 붕괴 등 “사회적 비극”이 초래되기도 합니다.

지난 수년 전부터 유전질환을 가진 희귀질환 환자들의 자조 모임(환우회) 등에서 유전상담 서비스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구체적인 유전상담 서비스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희귀질환재단에서는 2011년 재단 출범 후 지금까지 「유전상담서비스 지원사업」을 목적사업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유전상담 인지도 및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와 유전상담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여, 다시 한 번 유전상담의 필요성을 재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희귀질환에서는 아직 효율적인 치료제가 없어 난치성으로 장애를 일으키며, 가족 내 재발 및 대물림되는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유전상담서비스의 국내 정착을 위해서는, 2013년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창출가능 해외직업 연구” 결과 선정된 유전상담전문가의 신직업 도입 및 육성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 한국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은 오는 24일 희귀질환재단 5주년 기념 '희귀질환관리법 후속조치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다.

7. 10년 후 한국의 희귀질환 관리,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신다면?

국내에서도 희귀질환 진단, 유전상담, 관리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확충되어 희귀질환 환자들이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고 유전성 희귀질환 환자와 고위험군 가족들에게 필요한 유전상담서비스가 정착되어, 효율적인 관리와 예방은 물론 나아가 정부의 합리적인 제도적 지원정책이 충실히 실행되어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8. 희귀질환 문제에 있어 우리 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희소한 질환에 갖고있다는 이유로 희귀질환자들이 의료서비스와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실 희귀질환의 상당부분은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서 발생하므로 누구도 희귀질환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건강한 부모에서 태어난 자녀라도 희귀질환이 발병할 수 있는 것입니다.

희귀질환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진단이 어려움(희소성, 다양성)은 물론 진단이 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아직 효율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기(희소성) 때문에, 치명적이거나 난치성으로 장애를 초래하게 되고 때로는 가족 내 재발, 대물림되어(유전성) 가족이 붕괴될 수 있는 사회 심리적 부담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공공의료 차원에서 정부의 제도적인 정책 지원이 필수적인 질환군입니다.

 

* '희귀질환관리법 통과 후속조치에 대한 논의 심포지엄' 일정

일시 : 2016년 6월 24일(금) 14:00~17:00
장소 : 국회 헌정기념관 2층 대강당
주최 : 대한의학유전학회
주관 : 한국희귀질환재단
후원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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