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그룹내일 공동대표·뉴스파인더 대표 김승근

[김승근 칼럼] 미신적인 생각인지 몰라도 요즘 새누리당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집안이 잘 되려니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구나.’ 새 식구로 어떤 사람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집안 꼴이 바로 서느냐 아니면 진짜 콩가루 집안 소리 듣느냐... 이성적인 생각은 아니지만 우리 풍속엔 이런 사고방식이 있다. 새누리당 원내수석이 바뀌고 현기환 새 정무수석이 오면서 청와대가 확 바뀐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정무수석을 보내 김무성 대표를 예방하도록 했고, 내일은 김 대표와 새 원내대표단과 청와대 회동을 갖는다고 한다. 꽉 막힌 기운이 뻥하고 뚫리는 느낌이다.

사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철학 바뀌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광복70주년을 계기로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위해 대대적인 사면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많은 국민이 알고 있듯이 사면에 비판적이었다. 과거에 여러 정부가 재벌과 부패정치인을 사면해주어 다시 선거에 나가도록 하는 나쁜 관례에 대해 박 대통령은 늘 단호했다. 하지만 깨끗한 1급수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듯이 언제나 원리원칙만 고집한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고 재벌과 정치인의 부패와 타락을 옹호하자는 건 아니다. 때와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박 대통령이 이번 광복절 사면에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강조한건 이런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작년엔 세월호 참사, 올해엔 메르스 사태로 경제는 정부가 어떻게 손을 써볼 새도 없이 망가졌다.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나면서 경제 활기는 꺼져만 가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당연히 할 수 있는 처방은 다 내려야 하는 거다.

국가경제위기에서 경제인 사면은 필요하다

재벌들을 사면해준다니 입장이 왜 달라졌냐며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참 이해가 안 간다. 재벌사면이 서민에게 위화감을 준다는데 그까짓 위화감이 문제인가? 최악의 경제 침체가 더 심각하고 큰 문제 아닌가? 기업인 사면으로 경제에 파급효과를 본다면 사면해주는 게 맞는 거다. 그게 경제원리고 국민 최대 다수의 행복을 위한 길이다. 재벌이 사면받는 꼴 안 봐서 기분만 좋은 거랑 사면 받은 재벌이 경제살리기에 동참해 조금의 일자리도 더 많이 만드는 거랑 뭐가 국민에 이득인가?

경제민주화는 처음부터 허울좋은 명분뿐이었다. 경제를 민주화시켜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의도야 누가 좋은지 모르나? 양극화 해결하고 부자와 서민 다 누구도 불만없이 행복한 나라 만들자는 말은 누구나 다 좋다는 걸 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다른 거다. 이상을 따라야 하지만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해 대대적인 사면을 하겠다고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면 말만 했다하면 서민경제 타령하는 사람들이 더 환영해야 할 일 아닌가?

정치인 사면은 필요하다

정치인 사면도 그렇다. 박 대통령을 비판하던 논리가 뭐였나? 오직 내편만 안고 네편에 대해선 조금도 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성완종 사면식 어두운 거래가 아니라면 정치인 사면을 부정적으로 볼게 아니다. 한치의 비원칙도 용납 안할 것 같은 대통령이지만 큰 원칙을 지키면서도 과거 정권 인사들을 사면함으로써 그들을 안고 가는 포용의 모습을 국민이 반대할 리가 없다고 본다.

현재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광재 전 강원지사, 정봉주 전 의원 등 노무현·이명박정부 시절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사면대상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이 과거 정권에 빚을 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들을 감싸 안는 모습이야말로 국민대통합을 약속한 박 대통령의 원칙과 약속과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의 사면철학은 ‘국민을 위한 정치’란 대의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모습은 박 대통령이 의외로 유연한 태도와 포용적 사고를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한다. 새누리당이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자기정치에 몰두하면서 확고한 원칙의 박 대통령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서로 양보하고 일정 부분 해소함으로써 당청 관계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원칙을 바꾼 게 아니냐고 비판하지만 그건 소의일 뿐이다. 박 대통령은 늘 강조하듯 여전히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큰 대의에서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고 바뀌지 않았다.

미디어그룹내일 공동대표·뉴스파인더 대표 김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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