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훈영 기자] 오는 13~14일로 예정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국감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을 놓고 야당이 단단히 벼르고 있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해 10월 1일 시행된 단통법이 당초 기대와 달리 소비자 전체를 ‘호갱님’으로 만든 것이 아니냐는 소비자의 원성이 높아지자 발의를 주도한 새누리당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행 10여일이 지난 단통법은 아직까지는 당초 기대와 예상효과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조금 지급액과 단말기 판매가격 등의 유통과정 투명성을 강화하고 보조금 과다 경쟁으로 인한 시장질서 파괴를 바로잡아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당초 취지보다는 당장 눈앞의 낮은 보조금으로 인한 비싼 단말기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또한 판매점들 역시 이로 인해 판매실적이 저조하다며 원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야당은 막판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로 단통법에서 제외된 ‘분리 공시’를 핵심 쟁점으로 삼을 태세다. ‘분리 공시’란 사업자가 보조금을 공시할 때 이동통신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을 별도로 표시해야 하는 규정을 말한다.

원안에 포함됐던 ‘분리 공시’가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 측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좌파진영은 예의 “삼성봐주기”라며 ‘삼성’을 겨냥하면서 소비자를 ‘호갱님’으로 만든 원인이 단통법의 분리 공시 때문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삼성은 기업의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분리 공시를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위원들은 지난달 24일 재논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바 있다.

국회 미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위원들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로 ‘분리 공시’가 무산된 점에 대해 “단통법이 '반쪽 시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면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들의 과도한 통신비 절감보다는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보호에 앞장섰다”며 비난했다.

여야 함께 찬성한 단통법, ‘분리 공시’ 두고 정치공세 말고 보완책 마련에 함께 나서야

그러나 시행 초기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단통법 국회통과에 새누리당과 함께 찬성한 야당이 ‘분리 공시’를 이유로 단통법을 정면 반대하며 공세에 나서는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단통법은 지난 5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인원 215명 가운데 찬성 212명, 기권 3명으로 거의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찬성한 법안이기 때문이다.

▲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단통법의 효과를 좀 더 세밀히 파고들 경우 ‘분리 공시’가 이 법안의 핵심이라는 부분엔 정부나 여야의 이견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삼성의 반대에만 초점을 맞춰 단통법 전체 취지와 예상 효과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자칫 ‘삼성반대’라는 특정 진영의 정치적 구호에만 열을 올리게 될 뿐 실제 소비자의 이익과는 동 떨어지게 일방적인 정치공세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동통신판매 업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분리 공시가 단말기 판매 업계 1위인 삼성에 불리하다는 것은 뻔한 것 아니냐. 삼성을 견제하는 경쟁사들은 상대적으로 그 부분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어 찬성할 수도 있는 입장인 것”이라며 “삼성이 위축된다면 시장 전체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제조사들의 기술개발과 서비스 등에서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워 궁극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분리 공시제가 반드시 이익으로 연결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분리 공시가 단통법에서 제외됐긴 하지만 솔직히 현재 단통법으로도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가 모두 보조금 경쟁에 몰두해 일부 나는 소비자를 제외한 대다수 소비자를 봉으로 만드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건 어느 정도 제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아직 시행초기니 만큼 좀 더 지켜보고 후속 보완책 마련에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 “시장 교란한다면 분리공시 도입 목소리 커질 것” 경고

한편 단통법안을 주도한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속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경제신문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분리 공시 무산과 관련해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출발부터 모든 관계자의 이해가 일치되는 것은 어렵다. 일단 작은 부분에 있어서는 정부의 방침대로 시행해보고 사후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분리공시가 무산된 것을 이용해 휴대폰 제조업체가 과다한 불법 보조금 투입관행을 지속하는 등 시장을 교란시킨다면 다시 분리공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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