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퇴직연금을 깨서 집을 사거나 전세금을 마련하는 사람이 늘면서, 지난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이들이 7만명을 넘어섰다. 

27일 통계청이 공개한 '2018년 기준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7만2천명으로 1년 전보다 38.1%(약 2만명) 늘었다.

이 가운데 주택 구입을 위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사람은 2만5천명(35.0%)으로, 1년 전보다 17.2%(4천명) 가량 늘었다. 증가폭은 201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컸다.

전·월세 등을 구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중간에 인출한 사람은 31.3% 증가한 1만5천명이었다.

장기요양을 위해 인출한 사람은 2만5천명, 회생절차를 밟기 위한 경우는 6천명이었다.

7만2천명이 중도인출한 금액은 전년보다 무려 51.4%나 급증한 2조5천808억원으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사유별로는 장기요양을 위한 중도인출액이 1조2천242억원(비중 47.4%)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 구입(9천86억원·35.2%), 주거 임차(3천582억원·13.9%), 회생절차(809억원·3.1%), 파산선고(17억원·0.1%) 등이 뒤를 이었다.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하는 주 연령대는 30대로 전체의 41.1%였다. 40대도 33.2%를 차지했고 50대는 18.7%였다.

다만 금액별로는 40대가 35.3%, 50대가 33.3%로, 30대(26.9%)를 앞섰다.

30대는 주로 주택구입, 40대 이상은 장기요양 목적의 중도 인출이 많았다.

 

퇴직연금은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주택을 사들이거나 전세금·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을 해야 하는 경우, 5년 내 파산선고를 받거나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반은 경우, 임금피크제에 진입한 경우,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본 경우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

한편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 수와 도입 사업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가입근로자 수는 2017년 579만7천명에서 지난해 610만5천명으로 5.3% 증가했다. 이는 비가입대상 근로자지만 퇴직연금에 가입한 경우도 합산한 결과다.

확정급여형이 여전히 50.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확정기여형 구성비가 3.1%포인트 늘면서 전체의 47.0%를 차지했다.

박진우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퇴직연금 운용을 회사가 도맡는 확정급여형은 규모가 큰 회사에서 주로 채택한다"며 "정부가 2005년부터 퇴직연금 가입을 독려하면서 대기업은 이를 이미 도입했고 추가 도입 중인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데 이 경우 확정기여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가입 대상 근로자 수는 1천93만8천명이며, 가입률은 51.3%로 집계됐다.

산업별로는 금융보험업 가입률이 68.1%로 가장 높았고 숙박음식업(23.9%), 건설업(33.5%)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해 퇴직연금 사업장은 37만8천개로, 1년 전보다 6.9% 늘었다.

도입대상 사업장 수는 133만4천개, 이 가운데 도입한 사업장은 36만4천개로 도입률은 27.3%였다.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188조8천억원으로 1년 새 13.0% 증가했다.

특히 개인형 퇴직연금(IRP) 적립금액이 15조2천억원에서 19조2천억원으로 26.5% 늘었다.

IRP 가입자 수는 131만4천명에서 30.3% 증가해 171만2천명을 기록했다. 전체 가입자 가운데 자영업자가 18.8%, 퇴직금 적용자는 12.1%, 직역 연금 적용자는 7.0%였다.

IRP는 근로자가 퇴직금을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해 만 55살 이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박 과장은 "2017년 7월부터 정부에서 자영업자와 직역 연금 가입자 등을 IRP 가입대상으로 확대하면서 IRP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이나 이직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IRP로 옮긴 사람은 7.4% 늘어나 83만7천명으로 집계됐다. 이전금액은 12조5천억원이었다.

IRP를 해지한 사람은 12.8% 증가한 84만6천명, 해지 금액은 10조8천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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