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보행자 10명 중 7명은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에서도 교통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7천617명을 대상으로 '보행자 통행우선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가운데 5천157명(67.7%)이 신호가 있는 횡단보도에서조차 불안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불안한 이유(복수 응답)로는 '신호를 준수하지 않는 차량이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2천976명으로 가장 많았고, '횡단보도로 다가오는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기 때문'(2천854명), '차량이 횡단보도 앞 정지선을 넘어서 정차하기 때문'(1천857명)이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경우에는 응답자의 83.1%(6천326명)가 불안함을 느끼며,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 신호 미준수, 빠른 속도로 접근 등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보행자가 상황별로 위험을 느끼는 정도에 대해서는 보도·차도 구분 없는 도로 보행(43.2%),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 횡단(28.2%), 교차로에서의 우회전 차량 접근(22.8%) 등의 순으로 불안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통행우선권에 대해서는 운전자의 인식과 운전습관에 큰 괴리가 있었다.

보행행태 조사 부문에서 운전자의 81.6%가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멈추고 양보하겠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전국적으로 실시한 '보행자 횡단 안전도 조사'에 따르면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의사를 표시하고 총 450차례 횡단을 시도한 결과 운전자가 정차한 경우는 22.2%(100회)에 그쳤다.

이와 함께 최근 일주일간 보행자의 무단횡단 경험을 조사한 결과에 응답자의 32.3%가 1회 이상 무단횡단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횡단 이유는 '도로 폭이 좁아서 충분히 건널 수 있다'(38.6%)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주변에 횡단보도가 없어서'(24.2%), '무단횡단을 해도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아서'(19.8%) 등의 순이었다.

권병윤 공단 이사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보행자의 안전 수준을 높이려면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보호 의무 강화를 위한 법·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보행자 역시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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