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이해찬, 문재인, 유시민, 문성근…

 

2007년 12월 정동영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530여만표차로 참패를 당하면서 잊혀지는 듯 했던 이름들이 최근 다시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정치·경제·사회 등 전분야에 걸친 숱한 실정(失政)으로 침몰한 뒤 정치권에서 모습을 감추며 은둔생활(?)에 돌입했던 친노세력은 최근 정치권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급부상 하고 있다.

 

이들의 부활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이 모시던 주군(主君)의 자살을 계기로 시작됐다.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 수사망이 점점 좁혀져오던 지난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갑자기 자살하면서 이들은 오히려 ‘정치적 숨통’이 트였다.

 

자신들이 몸담았던 정권의 숱한 비리 의혹이 수장의 자살과 함께 묻혔고, 전직 대통령의 자살에 대한 동정여론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정치적 부활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후 지난해 6월 지방선거와 올해 10·26 재·보선 등을 통해 기반을 닦은 이들 친노세력은 야권 최대세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친노세력의 ‘큰 누님’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참여정부 탄생 공신’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는 지난 19일 나란히 민주통합당 당권도전을 선언하며 ‘야권장악’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한 전 총리는 “총선승리, 정권교체로 국민의 꿈을 담을 민주진보정부를 세우겠다”며 기염을 토했고, 문 대표는 “현장 속의 정당, 젊은 정당, 소통이 가능한 정당을 시민과 함께 만들 것”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 지역에 출마해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할 전망이다.

 

문 이사장은 20일 부산 국제신문사에서 열린 한명숙 전 총리의 북콘서트에 손님으로 나와 “총선에서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산 출마 의지를 피력하며 “이르면 이번 주 중 총선 출마 여부 정리해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실세’ 이해찬 전 총리는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위촉된데 이어 북한 김정일 사망에 따라 당내에 구성된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당에서의 입지를 재확인시켰다.

 

이 전 총리는 최고의 이슈로 떠오른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당을 지휘하면서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리던 유시민 전 장관은 좌파진영의 또 다른 한 축인 통합진보당의 공동대표를 맡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존 자신이 추구하던 노선보다 훨씬 더 좌편향된 통합진보당에 뛰어든 유 전 장관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야권 후보 단일화에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친노세력은 김두관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돌풍을 일으키며 이미 지자체장에 진출했고, 내년 총선에도 30명 이상이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출마를 저울질 중이어서 내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막강한 세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조영택·백원우 의원, 유인태 전 정무수석, 전해철 전 민정수석, 천호선 홍보수석,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등 참여정부 시절 이름을 날린 인사들이 대거 출마를 준비 중이다.

 

뉴스파인더 엄병길 기자 bkeom@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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