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이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8월 소비자 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윤수지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0.0%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달리 양호한 기상여건 덕에 농·축·수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국제유가도 내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를 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104.85) 대비 0.0% 상승률을 보였다.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상승률이다. 소수점 세자릿수까지 따지면 지난해 동월보다 0.038% 하락해 사실상 마이너스다.

통계청은 "공식적인 물가상승률은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한다"면서도 "지수상으로는 마이너스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물가 상승률은 1월 0.8%를 기록한 이후 7개월 연속 1%를 밑돌다가 이번에 0.0%로 주저앉았다.

물가상승률이 이같이 연속 0%대를 기록한 것은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통계청은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과 석유류 가격 안정세가 0.0%대 물가 상승률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기상여건이 양호한 가운데 농산물 생산량이 급증해 농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11.4% 낮아졌고, 전체 물가를 0.53%포인트 끌어내렸다.

축산물 가격은 2.4%, 수산물은 0.9% 떨어지면서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는 7.3% 내렸다.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한시 인하 등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도 6.6%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30%포인트 끌어내렸다.

세부 품목별로는 휘발유 가격이 작년 8월에 비해 7.7%, 경유와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각각 4.6%, 12.0% 떨어졌다.

지출목적별로는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가 3.3%, 통신과 교통비도 각각 2.2%, 1.9% 하락했다. 반면 음식·숙박(1.7%)과 주택·수도·전기·연료(1.2%)는 상승했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3.9% 하락했다. 2008년 10월(-15.6%) 이후 최저 기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0.8% 상승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0.9% 올랐다.

통계청은 "기저효과가 당분간 2∼3개월 정도는 더 유지될 것 같다"며 "연말에 기저효과가 해소될 것 같고 다시 원래 물가(상승률) 수준인 0%대 후반이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통계청은 "소매판매지수, 소비자심리지수 등을 고려하면 소비가 부진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현재는 일시적·정책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이고 아직 디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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