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정부가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살리기 위해 하반기에 한시적으로 특단의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특히 설비투자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2배로 확대하고, 적용대상도 늘린다. 초기 투자단계에서 법인세 납부연기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가속상각 제도의 적용 범위도 늘린다.

10조원+α 수준의 공공·민간 투자가 빠르게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수출지원에 7조5천억원, 신산업분야에 10조원 이상의 정책금융 자금을 각각 지원한다.

15년 이상 된 노후차를 경유차가 아닌 신차로 교체하면 향후 6개월간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해주며, 고효율 가전기기를 구입하는 다자녀·대가족·출산 가구, 기초수급자·장애인 등은 구매금액의 10%를 환급받는다.

정부는 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확정·발표했다.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수출입은행에서 연 합동브리핑에서 "점차 확대되는 경기 하방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투자를 미루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기업 규모나 대상, 투자자산 등에 있어 제한을 뒀던 세제지원의 틀을 한시적으로 보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경기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노후 기반시설(SOC)에 대한 개보수를 추진하도록 하고, 지역 건설경기 개선을 위해 생활 SOC 예산 8조6천억원을 신속히 집행하도록 하겠다"면서 "올해 예산 20조원을 토대로 추가적 지원을 해나가되 민간건설경기를 위해 추가적으로 대책이 필요하다면 하반기에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해, 개정 후 1년간 대기업의 생산성 향상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1%에서 2%로, 중견기업은 3→5%, 중소기업은 7→10%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이 5천300억원의 세수 절감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설비투자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투자를 되살리기 위해 실시하는 특단의 조치로, 설비투자 중 대기업 비중이 80%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생산성 향상시설과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일몰은 2021년 말까지 2년 연장하고 적용대상도 확대한다. 물류 산업 첨단시설과 의약품제조 첨단시설은 생산성 향상시설에, 송유관 및 열 수송관, LPG 시설, 위험물시설은 안전시설 투자세액공제 적용대상에 추가한다.

가속상각제도는 연말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가속상각이란 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세금을 덜 내면서 투자금액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대기업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내용연수를 50%까지 축소할 수 있는 가속상각 대상 자산이 생산성 향상시설과 에너지 절약시설까지 늘어나며, 중소·중견기업은 모든 사업용 자산에 대해 가속상각 허용 한도가 50%에서 75%로 높아진다.

정부는 하반기에 10조원+α 규모의 공공·민간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4조6천억원 규모의 경기도 화성 복합테마파크 인허가 절차를 진행한다. 

대산산업단지 내 2조7천억원 규모의 중질유 원료 석유화학단지(HPC) 공장 건설 사업 착공과 서울시의 양재동 양곡도매시장 내 5천억원 규모 연구개발(R&D) 캠퍼스도 조성하고 공공기관 투자 규모도 53조원에서 54조원으로 1조원 늘린다.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신산업분야 시설자금에는 10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자금을 지원한다. 아울러 부진한 수출을 만회하기 위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화장품, 전기차 등 신수출동력에 정책금융자금 7조5천억원을 추가로 공급한다.

정부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면세품 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6개월간 15년 이상 된 휘발유나 경유차, LPG 차를 폐차하고 휘발유나 LPG 승용차로 교체하면 개소세율을 현행 5%에서 1.5%로 70% 인하한다. 여기에 연말까지 연장된 개소세 30% 인하 혜택을 중복으로 적용받으면 개소세가 5%에서 1.05%까지 감면돼 최대 79%를 절약할 수 있다.

다음 달부터 20만원 한도 내에서 고효율 가전기기를 사는 3자녀 이상, 대가족, 출산 가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애인 등 335만 가구는 구매금액의 10%를 환급받는다. 일단 한국전력의 복지재원 150억원이 소진되는 때까지이며 품목은 TV, 냉장고, 공기청정기, 에어컨, 전기밥솥, 세탁기 등이다.

이외에 정부는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시내·출국장 면세점의 구매 한도도 3천 달러에서 5천 달러로 상향한다.

최근 문을 연 입국장 면세점의 구매 한도(600달러)까지 포함할 경우 면세점 총 구매 한도는 3천600달러에서 5천600달러로 상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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