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기자] 학교폭력자치위원회 회의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처분 내용에 불만을 품고 회의 내용을 퍼트린 학부모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형사2부(조윤신 부장판사)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52)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현행법은 '학교폭력 예방·대책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거나 수행했던 자는 그 직무로 알게 된 비밀이나 가해·피해 학생, 신고·고발자에 대한 자료를 누설하면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A씨는 2016년 11월 경기도 파주시내 한 고등학교 학교폭력자치위원회 학부모 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언어폭력과 '왕따' 조장 가해자로 지목된 B양에 대한 처분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A씨는 위원회의 심의·의결 내용에 불만을 품었고, 며칠 뒤 지인을 시켜 '최순실 국정농단의 축소판 파주 X고 사태'라는 제목의 문서를 작성, 배포했다.

B양의 실명 대신 'O모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문서에는 O모양이 수업시간에 무단으로 나가 다른 여학생을 불러내 싸우는 등 교칙을 위반했으나 교사가 가벼운 처벌로 무마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O모양이 담배를 피우고 학생 간 이간질, 학교폭력 가해자로 비난받는데도 학교 측이 비호해 다른 학생들이 눈치만 보고 신고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O모양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셔도 교감과 부장이 내 편이기 때문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위 친구들에게 은근히 자랑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O모양의 부모와 학교 측은 A씨를 고소했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학교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했을 뿐"이라며 "B양의 실명을 쓰지 않아 누군지 알 수 없도록 하는 등 비밀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문서에 B양의 교내 지위와 부모에 대한 내용이 있어 O모양이 누군지 알 수 있는 만큼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학교폭력 예방법은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을 선도하는 한편 양측의 분쟁을 조정, 학생 인권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고자 제정된 만큼 어떤 목적으로도 내용을 누설하면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학교 운영과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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