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1817년 어느날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크로체성당에서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귀도 레니’의 작품 ‘베아트리체’ 초상화를 보던 중에 무릎에 힘이 풀리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쓰러져버렸다. 이 사건 이후로 심리학자들은 유명한 예술품 감상을 하며 격렬한 흥분과 함께 극도의 황홀경, 우울증, 현기증, 위경련, 전신마비 등의 정신분열증세를 느끼는 경우를 ‘스탕달 신드롬’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2018년 1월에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프라도 미술관에서도 일어났다. 그 주인공은 한국인이었다. 예술 전문 투어 ‘라디오스케치’의 멤버 C씨는 평소와 같이 0층에 위치한 독일의 방에서 ‘알브레히트 뒤러’의 ‘아담과 이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국 여행객들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그 다음 설명할 그림은 바로 옆에 위치한 화가의 자화상이었다. 그런데 뒤러의 자화상을 해설하던 도중에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는 의식을 잃고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그 순간 ‘라디오스케치’투어의 여행객 뿐 아니라 같은 방에 있던 유럽 관람객들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였다. ‘라디오스케치’대표 iAn씨의 인터뷰에 따르면 미술관 수행원의 도움으로 곧 의식을 찾은 C씨는 눈을 떴을 때 바닥에 흐르는 붉은 피와 널브러진 치아 파편을 보며 스스로 놀랐다고 한다. 신기한 사실은 뒤러의 자화상을 보며 설명할 때까지만 기억이로 남아있고 뒤로는 필름이 끊겼다는 것이다. 게다가 C씨는 평소에 심장과 관련 질환 및 현기증은 물론이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강한 체질 이었다고 밝혔다. 다행히 미술관 수행원의 빠른 대처로 응급실까지 무사히 갈 수가 있었지만 사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물리적 상처를 치료하는데 C씨는 많은 고생을 하였다. 아직도 이 사건을 두고 스스로도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스탕달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주인공 화가 ‘뒤러’는 독일 르네상스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는 화가 뿐 아니라 ‘인체 비례학’과 관련된 저서를 남길 정도로 뛰어난 학자이기도 했다. 자수성가해서 가난을 극복했으며 빼어난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화가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였는데 그것은 화가 자신의 자존감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전까지 화가의 지위가 높지 않았던 시기에 뒤러 자화상의 등장 이후로 화가들은 공식적으로 자화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뒤러의 자화상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기도 하다. 멋쟁이 화가 뒤러는 약 500년 전에 이미 죽은 화가이지만 그의 영혼은 그림으로 살아서 매일 미술관에 오는 관객들과 마주한다. ‘라디오스케치’의 C씨를 쓰러뜨릴 정도로 강한 기운을 가진 뒤러의 자화상을 볼 때는 조금은 주의를 하고 관람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의 눈빛에 빨려들어 가면 누군가 정신을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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