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유엔총회 무대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모습이 1년 전과 확연히 다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한 데 이어 중국과 러시아, 일본의 외교 수장들과 잇따라 만났다. 유엔에서 한반도 주변 4강 외교를 한 것이다. 북한 외교에서는 전례 없었던 일이고 '왕따' 되다시피 했던 1년 전 유엔의 리 외무상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각광이다.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행,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에 봉착했던 게 북한이 자초한 고립의 길이었다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탈 고립 노선을 천명함으로써 펼쳐진 결과물이다. 비핵화와 경제발전이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적 선택이 실질적으로 이행될 경우 북한이 향후 국제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 상징하는 장면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넘어 경제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아야 하고 세계 경제 공동체에도 편입해야 한다. 물론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지원이나 가입을 위해서는 유엔의 제재 해제가 우선이며, 또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들이 선결돼야 한다. 북한은 국제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신뢰 구축'을 위한 메시지를 유엔 무대에서 발신해야 한다.

뉴욕 시각으로 29일 예정된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이 주목된다. 달라진 북한의 비핵화 외교 노선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밝힌 비핵화 확약 이상의 언급이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북미 관계의 새로운 미래' 구축과 공존·공영하는 국제사회 구성원으로서 참여를 희망하고, 이를 위한 북한의 결단을 유엔에서 공식 천명한다면 상징성이 크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북한의 외교 공간을 넓히는데 기여할 것이다.

내달 초 방북할 예정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그동안의 외교 시도가 실패했지만 "이제 새 시대의 새벽이 밝았다"며 외교를 통한 핵 문제 해결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 북미 양쪽 모두에게 새로운 외교의 지혜가 절실하다.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제기된 북한의 '조건부'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균형 있게 짜고 병행하는 외교적 해법을 기대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정상회담에서도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줄다리기가 있을 것이다. 동맹국 사이의 안보·무역 협상에서도 국익을 위한 샅바 싸움은 당연한 일이다. 협상 과정의 이견은 실무적으로 풀어야지, 정치적으로 확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북미 모두 유념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언명한 대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의 추구로 대체하겠다"는 큰 틀의 의지가 외교를 통해 구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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