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설작업에 동원된 장병들[연합뉴스 자료사진]

[홍범호 기자] 내년부터 병사들이 해왔던 제초·제설작업을 민간인력에 맡겨지고, 2021년에는 전군으로 확대된다.

국방부는 내년에 육군 11개 GOP(일반전초) 사단과 해·공군 전투부대의 제초와 제설 등 청소 작업을 민간인력에 맡길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내년부터 시행할 적용 대상은 GOP 사단과 해군 작전사령부 및 함대사령부, 공군 비행단 활주로, 해병 전방부대다. 

2020년에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내년 1월 창설 예정), 해군 기타 전투부대, 공군 기동비행단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2021년에는 육·해·공군 후방 및 지원부대로 전면 확대된다.

▲ 제초 작업에 나선 장병들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방부는 병사들이 해왔던 제초 및 제설작업을 민간인력에 맡기면 2021년까지 3천900여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국방부는 GOP 사단의 좁은 보급로 제설을 위해 다목적 트랙로더를 추가로 보급할 예정이다.

육군 조사에 따르면 전방의 1개 GOP 사단의 평균 제초 대상면적은 약 93만㎡로, 이는 축구장 110여 개와 맞먹는다.

각 부대에서는 잡초 제거를 위해 제초 전담 병사를 따로 운영하거나 평일 일과시간 전후 또는 쉬어야 할 주말에도 병사들을 차출하고 있다. 특히 비가 많은 여름에는 잡초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GOP 사단의 경우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제초작업을 할 때도 있다. 

병사들은 낫과 장갑 낀 두 손을 이용해 잡초를 제거한다. 골프장처럼 평탄한 지역이 아니라 차량식 제초기는 쓸 수 없고, 예초기도 돌이 튀는 사고의 우려가 있어 경험이 없는 병사들은 함부로 사용하지 못한다.

작년 7월 GOP 지역에 근무하는 병사 1천여 명을 대상으로 '민간인력 활용이 가장 필요한 분야'를 묻자 66.4%가 '제초'라고 응답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잡초와의 전쟁'을 치른 병사들에게 겨울도 안심할 수 없는 계절이다. 눈이 내리면 바로 뛰어나가 치워야 하고, 또 치울 구역이 너무나 넓다. 지휘관들은 눈이 쌓일 것으로 예상되면 모든 훈련과 교육을 중단하고 눈 치우는 일에 병사를 동원한다. 

부대 내 건물 청소도 병사들에겐 힘든 일이다.

사단·연대 본부처럼 간부들만 사용하는 건물은 물론이고, 취사식당과 창고, 종교시설, 체육·편의시설, 면회실, 야외훈련장, 강의장 등 각종 공동시설의 청소는 병사들 몫이다.

군이 2015년 공동시설 구역 청소 업무를 민간에 시범 위탁한 결과, 청소에 병사를 동원하지 않을 경우 1인당 연간 148시간의 가용시간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용시간은 지친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거나, 전투태세 준비를 위한 훈련시간을 늘리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국방부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입대한 병사들이 '내가 풀이나 뽑으려고, 눈이나 쓰레기나 치우려고 군대에 왔는가'란 자조 섞인 생각이 더는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며 "제초와 청소 업무는 예산을 확보해 점차 민간인력으로 대체하고, 제설작업에는 장비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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