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욱 기자] 숨진 누나의 시신을 반지하 방에 10개월간 방치했다가 골목길에 버린 40대 정신장애인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26일  A(46·정신장애 3급)씨를 사체유기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이날 오전 0시 20분께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한 주택가에 누나(50)의 시신을 노란색 비닐봉지에 담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신을 들고나와 골목길에 버린 A씨는 이를 목격한 행인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시신은 오랜 시간 부패해 시랍된 상태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랍'은 시신이 물이나 진흙 속 등 공기와 접촉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부패하지 않고 밀랍과 같은 상태로 원형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A씨는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누나를 자신의 반지하 월세방에서 수발해 오다 작년 10월 외출한 사이 누나가 숨을 거두자 시신을 그대로 둔 채 집을 나와 여인숙을 전전해왔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기도 한 A씨는 자신과 누나 앞으로 나오는 수급비 100여만원으로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달 계약 만료로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와 "집에서 냄새가 나니 청소를 하고 집을 비워달라"라고 하자 시신을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무서워서 그냥 도망쳤다"라고 진술했다.

이 다세대주택에는 총 4가구가 살고 있으며, 반지하 방에는 A씨 남매가 거주해왔다.

주민센터는 지난해 1월 A씨의 집을 방문해 A씨 누나의 건강 상태 등을 체크했으나, 이후 A씨 남매가 방문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어서 환자를 수발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정신장애를 앓는 A씨가 누나의 사망을 신고하는 방법을 잘 몰라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시신을 부검해 사인을 밝힐 예정이며, A씨에 대해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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