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욱 기자] 후배 문인들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고은(85) 시인이 명예박사 학위마저 박탈될 위기에 놓였다.

10일 한신대에 따르면 최근 고은 시인의 성추문으로 불거진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교무회의에 해당 안건을 상정해 논의를 거친 뒤 고은 시인의 명예박사 학위 박탈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교무회의에는 총장과 각 대학장 등이 참석하며 2주에 한 번 열린다. 

한신대 관계자는 "고은 시인 관련 사안을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라면서 "다음 교무회의 때 명예 학위 박탈에 대한 안건이 논의될지, 그다음 교무회의 때가 될지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학교는 지난 2015년 2월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고은 시인에게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줬다.

당시 학교는 고은 시인이 문학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와 역사, 문화에 공헌한 점을 높이 평가해 학위 수여를 결정했다.

고은 시인은 1970년대 한신대 출신 인사들과 민주화 운동에 활발히 참여하면서 한신대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그가 후배 문인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학교도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한신대 총학생회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고은 시인에게 수여된 명예박사 학위 박탈을 촉구하는 서명을 진행해 결과를 학교 측에 전달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성범죄를 저지른 고은은 더는 명예롭지도 않고 예술을 하는 시인도 아니다"라면서 "학교는 그의 명예박사 학위를 박탈해 성범죄로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과 함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각 지자체와 기관들도 고은 시인의 흔적 지우기 작업에 들어갔다.

수원시는 올림픽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돼 있던 고은 시인의 추모 시비(가로 50㎝·세로 70㎝)를 철거했으며, 팔달구 한옥기술전시관 뒤편 시유지 내 고은문학관 건립 계획도 철회했다.

서울도서관은 고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공간인 '만인의 방'을 없애기로 했고, 경북 포항시는  청사 벽면에 걸려있는 그의 '등대지기' 작품을 뗄 계획이다. 출판업계 역시 교과서에 실린 고은 시인의 작품을 다른 내용으로 바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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