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초중고의 사회 교과서들이 인구·가족, 사회복지, 보건의료 등 사회 전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내용 자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통계 수치나 정책도 사회적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는 등 많은 오류를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 분야 초중고 교과서의 보건·복지 관련 내용 분석과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초중고 사회 관련 교과서 62종을 검토한 결과, 총 229건을 수정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전체적으로 최신 자료를 반영하지 못한 '업데이트 미흡'이 128개(55.9%)이었다. 인구나 국제결혼, 출산율 등 각종 통계는 통계청의 최신 자료가 있는데도, 교과서에서는 대부분 2010년까지의 수치만 제시하고 있었다.

이어 '사회현상 및 정책 설명의 오류'가 38건(16.6%), '통계적 오류'가 23건(10%), '관점의 편중'이 20건(8.7%)이었다.

특히 최근의 가장 큰 사회 문제인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잘못된 설명이 눈에 띄었다.

일례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설명하는 인구학적 용어인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과 기대여명(새로 출생한 아이가 평균적으로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이 부정확하게 사용됐다.

출생률(인구 1천명당 신생아수)이나 평균수명(사망자의 사망 당시 연령의 평균) 등 다른 용어들과도 혼동한 설명도 발견됐다.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증가하면서 출생률이 낮아지고'라는 언급도 사실과 다르다.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의 사회 참여로 단순화할 수 없으며 최근에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가 출산율을 높인다는 사례가 북유럽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

고령화 현상은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저출산이 주요 원인이지만, 일부 교과서에서는 '평균수명이 길어져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거나, 저출산 문제를 '가족문제'로 설명하기도 했다.

보건 분야에서는 정신 건강의 방법으로 '열심히 공부해요'라고 기술한 초등학교 교과서도 있었다. 청소년의 주된 스트레스 원인이 학업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은 설명이라는 지적이다.

건강 수칙의 하나로 '담배는 적게'를 제시하기도 했다. 삼가야 한다고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할 내용이다.

보고서는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정확한 지식은 사회의 작동 원리와 사회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동체적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기본적 소양을 키워나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인구, 보건, 복지와 관련한 교과서 내용을 주기적으로 검토해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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