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이후 가계의 주택담보 대출 증가세는 다소 주춤했지만, 풍선효과는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이 거의 10년만에 최대폭 증가했고,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도 급증세를 멈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중에서도 가계대출과 달리 강화된 LTV(주택담보인정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개인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은 6·19대책 발표 이후 두 달간 작년 1월∼올해 6월 평균의 2배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의 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소호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7월과 8월에 급증했다.

6월 말에는 21조8천407억원 규모였는데 7월 말에는 22조3천187억원으로 4천780억원 늘었고, 8월 말에는 22조7천804억원으로 4천618억원 증가했다.

작년 1월 이후 증가 폭이 가장 큰 수준이 됐다.

작년 1월∼올해 6월 말 개인사업자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월평균 증가액이 약 2천226억원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증가 폭이 2배 이상으로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월 말 기준 11.0% 수준이었는데 올해 7월 말 11.7%, 8월 말 11.8%로 확대됐다.

개인사업자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은 금융 당국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을 강화한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6·19 부동산 대책에 따라 올해 7월 3일부터 조정대상 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한 LTV와 DTI가 70%에서 60%로, 60%에서 50%로 각각 강화됐다.

또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지난달 23일부터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LTV·DTI는 40%로 한층 엄격해졌다.

집을 담보로 추가 주택 구매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게 규제가 세진 것과 맞물려 집을 담보로 한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난 셈이다.

부동산 대책에 따른 LTV·DTI 강화는 가계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된다.

하지만 사업자 대출을 이용하면 LTV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집값의 100% 가까운 수준까지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금융권 등에서는 사업 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꽤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풍선효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풍선효과는 신용대출 부문에서도 두드러졌다.

5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93조9천188억원으로 1조3천899억원 늘었다.

7월 말 기준 잔액은 전월보다 7천12억원 증가했는데 한 달 사이에 증가 폭이 약 두 배로 커졌다.

7월 하순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의 8월 27일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조4천90억원에 달했다.

이를 고려하면 은행권의 신용대출 규모는 더욱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8월 말 은행의 가계 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의 잔액(잠정치)은 185조7천억원으로 7월 말보다 3조4천억원 늘었다.

이는 전달 대비 3조9천억원 증가한 2008년 2월 이후 거의 10년만에 최대폭이다.

증가 폭은 6월(1조8천억원)이나 7월(1조9천억원)과 비교해도 현저하게 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호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자금이 전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상당 부분은 LTV 강화에 따른 대체 수단으로 소호 주택담보대출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종의 풍선효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렇게 LTV 제한이 없는 대출이 급증하는데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은 조정을 받으면 부실 확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적절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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