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기자] 40m의 땅 속에 묻힌 송유관을 호미질로 땅굴을 파 3달 동안 시중가 4억8천만원 상당의 기름을 훔친 절도범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익산 경찰서는 이씨 등 2명을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김모(40)씨와 주유소 주인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3달 동안 40m 땅속 깊숙이 묻힌 송유관을 고무호스로 연결해 37만ℓ 기름을 빼내 전북 익산의 주유소 2곳에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모(50)씨 일당은 지난 3월부터 삽과 호미로 충북 옥천군 한 창고 주변 땅을 파기 시작했다. 

▲ 기름 훔치려 뚫은 땅굴. [익산경찰서 제공=연합뉴스]

45일 동안 맨땅을 파낸 이들이 발견한 것은 깊숙이 묻힌 송유관이었다.

이들은 곧바로 40m 길이 땅굴과 송유관을 고무호스로 연결해 기름을 빼냈다.

혹시라도 범행이 발각될까 봐 하루에 약 1∼2만ℓ만 훔쳐 화물트럭을 개조한 기름탱크에 실었다.

맨손으로 어렵게 뚫은 땅굴 주변에는 폐쇄회로(CC)TV까지 달아 불시 단속에 대비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 3달 동안 훔친 기름은 무려 37만ℓ. 시중 판매가격으로 4억8천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정성스레 훔친 기름을 싣고 전북 익산의 주유소 2곳을 찾았다.

주유소 주인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기름을 시세보다 ℓ당 200∼250원 싸게 사들여 되팔았다.

서로에게 득이 되는 이들의 은밀한 거래는 범행을 눈치챈 경찰 단속에 한 달도 안 돼 탄로 났다.

▲ 송유관 주변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 [익산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찰은 훔친 기름이 주유소에 흘러들어 간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이 파낸 땅굴에서 고무호스와 CCTV 등을 압수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예전에 하던 사업이 망해서 먹고 살기가 어려웠다. 철로 주변에 송유관이 묻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는 사람들과 땅을 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송유관 절도는 중장비를 이용해 땅을 파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은 한 달 넘게 손으로 땅을 팠다"며 "대한송유관공사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또 다른 절도 현장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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