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욱 기자]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결정이 처음으로 내려졌다.

1968년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번호가 처음 부여된 이후 범죄 악용 등 2차 피해 우려 사유로 주민번호 변경이 이뤄지기는 50년 만에 처음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는 8일 제3차 정기회의를 열어 16건의 주민번호 변경신청을 심사해 이중 9건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인용된 변경신청 사유로는 보이스 피싱(파밍 포함) 피해가 4건, 명의도용에 따른 피해 3건, 가정폭력 피해가 2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A씨는 국내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다 금융감독원 팝업창이 뜨자 안내에 따라 주민번호, 휴대전화번호, 예금 계좌번호, 비밀번호, 보안카드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 3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본 뒤 주민번호 변경을 신청했다.

해당 팝업창은 금감원 홈페이지가 아니라 인터넷 사기(파밍)범이 만들어놓은 가짜였던 것이다.

B씨는 21년간 사실혼 관계의 남편에게서 상습 폭행을 당해 딸과 함께 숨어 지냈지만, 남편이 계속 추적해 오며 괴롭히자 주민번호 변경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인용 결정을 내린 신청인의 거주 지자체에 결정 사실을 알릴 예정이다. 해당 지자체는 이를 통보받는 대로 기존 주민번호에서 생년월일과 성별 표시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수정해 새 주민번호를 부여하게 된다.

주민번호가 변경되면 복지, 세금, 건강보험 등과 관련된 행정기관에 자동으로 통보된다.

홍준형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결정으로 주민번호 유출로 피해를 본 국민의 불안감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더욱 신속하고 공정하게 심사·의결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행안부는 5월 30일 시행된 주민번호 변경제도에 따라 주민번호가 유출돼 생명·신체·재산의 피해를 봤거나 피해 우려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주민번호 변경신청을 받아왔다.

주민번호 변경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가족관계등록사항의 변동(출생 일자·성별 등)이나 번호 오류가 있을 경우에 한해 주민번호 정정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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