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헤모라이프팀 김승근 주필] 성생활은 혈우병 환우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 많은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 중 한가지일 것이다. 필자가 과거 WFH학술대회 청년미팅(WFH는 총회기간 전 며칠간 유스미팅과 글로벌NMO트레이닝 일정을 갖는다)에서 몇몇 외국 환우들과 가볍게 논의했던 이야기다.

가볍게 나눴던 이야기들이 이제 혈우병 환자들이 QoL(퀄리티 오브 라이프 quality of life, 삶의 질)을 중요시하게 된 현재의 시점에서 대두되기 시작했다.

성 문제는, 일반적 질풍노도의 청소년시기를 거치면서 그릇된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면 사회의 악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지금은 초등학교부터 당연한 교육의 일부가 됐다. 혈우사회의 성 교육도 사실상 출혈과의 밀접한 관계 유무에 불명확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국내환자들 가운데에도 ‘성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때에 따라서는 이러한 스트레스가 가정의 문제를 가져오거나 환자 자신의 건강관리에 직접적인 문제를 낳기도 한다. 출혈에 안전한 체위? 관계시간? 관계 전 예방? 등 관심분야는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표본 수는 많지 않지만 성생활을 조사한 연구 발표가 최근에 나왔다.

이번 ‘소 표본’ 조사에 응답한 혈우병 환자 40%는 ‘성생활이 혈우병과 관계가 있다’고 답했다. 나아가 일부 응답자는 ‘성관계를 통해 출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혈우병과 관련된 관절통과 관절 통증으로 인해 성생활이 어렵다’고도 답했다.

물론, 대부분 응답에 나선 환우들은 “혈우병의 불편함이 성관계를 못 갖는 이유는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이번 연구조사에서 ‘성생활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응답자가 적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대학 혈우병치료센터 (University of California San-Francisco Hemophilia Treatment Center)에서 미국과 캐나다 환우를 대상으로 54가지 설문조사를 통해 조사된 내용이다. 연구팀은 97명의 환우에게 설문지을 보내 최종 20명의 응답회신을 받아 <포괄적인 치료의 차이 : 혈우병 환자의 성 건강>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연구진들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혈우병 환자들은 의사가 성 건강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연구자들은 “혈우병환자들의 성 건강 연구의 부족”을 지적하면서 “환자의 성적 관심사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향상시키는 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진들은 “많은 응답자들이 혈우병에 대한 성 건강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는 “혈우병이 성생활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58%는 매일 관절경직을 경험했으며, 16%는 매주 관절경직 경험이 있다고 했다. 특히 50%는 매일 관절통을 겪고 있으며, 11%는 매주 관절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응답자의 절반은 “관절경직이 성생활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이중 80%는 “관절경직으로 성관계를 갖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응답자의 30%는 “혈우병 환자의 성 건강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적지 않은 혈우병 환자는 발기 부전을 경험했다”며 “혈우병과 관련된 일반적인 성생활 문제는 환자 삶의 질에 영향이 있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전체 응답자의 63%는 “혈우병 치료센터에서 정보를 제공하면 좋겠다”면서 “치료센터에서 의료 전문가와 성문제에 대해 상담받기를 원했다”고 답했다.

연구자들은 이번조사 결과에 대해 “혈우병 환자의 상당 부분이 성적인 활동과 관련하여 출혈을 경험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면서 “혈우병이 성생활에 영향을 미치는데도 정보를 얻는 곳이 마땅히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혈우병에서 성 건강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그러면서도 “20명이라는 샘플이 매우 작다”며 이번조사에 대한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조사는 샌프란시스코 대학(UCSF) 성인 혈우병치료센터에서 실시했으며, 해당 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18세 이상의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샘플링하여 질문지를 보내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이같은 조사를 통해 국내에서도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성생활 교육과 상담이 필요하다. 비단 성인 환자뿐 아니라 청소년 환자에게도 마땅히 도움 받을 만한 창구가 없는 실정이다. 일반적인 청소년 성상담소는 혈우병과 관계된 내용의 성 상담은 엄두조차 못 낸다. 이에 따라 환자단체 또는 한국혈우재단 클리닉 등에서 심리 상담을 포함한 성생활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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