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기자] 지난해 10월 필리핀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를 기소된 범인 중 한 명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피고인은 박씨의 제안에 따라 금전적 이득을 위해 무고한 3명을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피해자들의 유족도 평생 씻을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속에서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은 이들 유족의 고통과 슬픔을 치유할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다만 김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전반적인 범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며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은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 범행을 주도한 박모씨에 비해선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무겁지 않다고 봤다.

김씨는 공범 박씨와 함께 지난해 10월 11일 필리핀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하고 이들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들은 150억원대 유사수신 행위를 하다 경찰 수사를 피해 필리핀으로 도주한 이들이다.

박씨는 피해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해 주다 한국에 있던 김씨를 현지로 불러 함께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범행 후 피해자들의 소형 금고에서 한화 240만원 상당을 꺼내 가고, 박씨와 피해자 중 한 명이 현지 카지노에 공동 투자한 7억여원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김씨가 카지노 투자금 7억여원을 직접 가져간 부분은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피해액 모두가 피해자들 소유였는지, 박씨와는 별도로 김씨가 이 돈의 존재를 알았는지 등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주범인 박씨는 현지 이민국에서 본국 송환을 앞두고 도주했다가 3개월여 만인 지난달 붙잡혔다. 필리핀 이민국은 박씨를 한국으로 추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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