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 기자]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것은 고통이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에 3전 전패의 수모를 당한 중국의 바둑 최강자 커제 9단은 26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3번기 마지막 대국에서 불계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알파고가 지나치게 냉정해 그와 바둑을 두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와 바둑을 둘 때는 이길 수 있는 한 톨의 희망도 갖기 어려웠다"며 "앞으로 계속 바둑을 즐겁게 두겠지만 인간과 바둑을 둘 때 더 즐거운 것 같다"고 털어놨다.

▲ 대국중 눈가를 닦는 커제 9단[사진=연합뉴스]

제 9단은 "마지막 대국은 더 잘 둘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포석 단계에서 내가 생각해도 참기 힘든 악수를 뒀다. 시작하자마자 손실이 있었다면 어렵게 바둑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그는 "전날 밤에 잠을 자지 못해 매우 긴장됐다. 줄곧 어떤 수를 써서 알파고에 응대해야 할지 생각했다"며 "어리석은 자가 스스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고 자책했다.

커제 9단은 마지막 3국 대결에서 울음을 쏟아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제한시간 1시간여를 남긴 시점에 돌연 자리를 벗어났다가 10여분만에 돌아와 눈가를 닦으며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아버지 커궈판(柯國凡)은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커 9단이 대국중 화장실에 달려가 울었던 것 같다"며 "눈가도 붉어졌다. 전날 잠을 자지 못했고 바둑 형세도 좋지 못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제 9단은 이와 함께 "이번 인공지능과의 바둑 대국은 그동안 인류가 뒀던 그 어느 시합보다 의미가 크다"며 "딥마인드팀이 세상을 바꿔놓았다"고 치하했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