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우리나라 성인 여성 7명 중 1명꼴인 14.3%가 월경(생리)이 불규칙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송찬희 여의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2010∼2012년 사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40세 여성 중 불규칙 월경을 일으킬 만한 직접적 원인이 없는 3천194명을 대상으로 '불규칙 월경'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송찬희 교수는 "월경이 불규칙하다는 것은 여성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월경 주기는 평균 28일이다. 월경은 보통 3∼5일간 지속하며 7일까지도 이어진다. 1회 생리량은 35㎖가 평균치로, 10∼80㎖ 정도면 정상범위로 본다.

월경은 평균 28일을 전후해서 개인마다 길거나 짧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주기가 규칙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규칙적인 월경은 정상적인 성호르몬의 기능과 가임 능력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 건강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불규칙한 월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살폈다. 단, 내분비 질환이 있거나, 여성 호르몬 또는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여성, 임신이나 수유 상태의 여성은 이번 연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결과 비만도가 높을수록,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우울감이 클수록 불규칙 월경과 관련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스트레스는 점수(1∼4점)가 1점 증가할 때마다 불규칙 월경 위험도를 46% 증가시키는 요인이었다. 또 2주가 넘는 우울감을 경험한 여성도 불규칙 월경 위험도가 이런 경험이 없는 여성의 2.07배나 됐다.

교육수준의 경우 전문대 이상의 교육을 받은 여성이 고졸 이하의 교육수준을 가진 여성보다 불규칙 월경 위험도가 42% 낮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한국 성인 여성의 월경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건강 요인, 인구·사회학적 요인, 만성 질환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불규칙한 월경이 만성적인 신체 질환보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우울감과 더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밝힌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만성 질환은 불규칙 월경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불규칙 월경이 지속함으로써 발생하는 결과물로 보인다"면서 "가임기 여성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높을 경우 조기에 적절한 대응과 치료를 하는 게 불규칙 월경과 2차적인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산부인과 정신의학'(Journal of Psychosomatic Obstetrics & Gynecology) 6월호에 게재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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