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수술 환자에 흔히 쓰이는 알부민 등 혈액제제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적십자사의 원료공급 중단하면서 조만간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원료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제약사들도 혈액제제 생산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현재 남아있는 재고분은 오는 7월 전에 소진될 가능성이 커 환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제약업계 복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20일 제약업계와 보건당국에 따르면 녹십자[006280], SK플라즈마 등 혈액제제를 생산하는 제약사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항트롬빈 등 의약품의 공급부족이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이들 제품은 의료현장에 공급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반드시 보건당국에 알려야 하는 '생산·수입·공급 중단 보고대상 의약품'이다.

이 중 알부민은 혈액 속에 들어있는 단백질 성분으로 출혈성 쇼크, 화상, 간경변증 등의 급성 합병증을 치료할 때 많이 쓰이는 약이다. 과도한 출혈이 발생하는 수술에서 흔히 사용된다. 제약업계에서는 지난해 전체 알부민 생산량을 106만5천병(바이알 기준) 정도로 추정한다. 환자에 따라 투여 용량과 보험 적용 기준이 달라 정확한 환자 수는 산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적십자가 혈장분획센터의 시설을 개선하고 변경하는 과정에서 원료공급이 중단됐다.알부민을 만드는 원료인 혈장은 제약사가 자체 조달하지 않고 적십자 혈장분획센터로부터 공급받는다. 적십자는 제약사에 반제품 혈장 또는 순수 혈장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후 이달까지 공급 지연이 계속돼 제약사의 의약품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혈액제제의 경우 시판에 앞서 품질을 검정하는 국가출하승인을 거쳐야 해 원료 수급 후 시중에 풀리기까지 4개월은 소요된다. 즉, 지금 당장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7월에 시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재고분을 공급을 조정하고 있지만 당장 원료가 조달되지 않으면 7월에는 시중에 알부민 품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응급수술 등에 사용하는 의약품인 만큼 환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원료공급이 지연되는 데 대해서는 제약업계와 적십자의 의견이 엇갈린다.

제약업계에서는 적십자가 가격 인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원료공급을 지연하고 있다는 반면 적십자에서는 가격과 공급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적십자가 올해 초 원료 공급가 인상을 통지했는데 제약사들이 수용하지 않았다"며 "이후 시설 개선 및 안정화 등을 이유로 원료공급이 계속 지연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적십자 관계자는 "현재 원료공급에 대한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인 건 맞다"면서도 "원료공급과 가격은 별개의 문제로 조만간 공급을 재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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