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스라엘 대표팀의 사례에서 절실함도 큰 경쟁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대표팀은 전직 메이저리거나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 위주로 꾸려졌고, 이스라엘 태생이기보다는 유대 혈통을 가진 미국인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전력과 조직력이 약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대표팀은 지난 6일 WBC 서울라운드 개막전에서 한국을, 7일에는 대만을 연달아 격파하며 출전국 중 가장 먼저 2승을 올렸다.

'돌풍'의 주인공 이스라엘 선수들은 하나같이 절실함과 비장함으로 무장하고 대회에 임한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차별과 증오범죄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유대인은 종교적, 인종적 등 이유로 차별과 공격을 받은 역사가 있다.

이스라엘 포수 라이언 라반웨이는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이렇게 팀이 모이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단지 유대인 혈통이라는 이유로 잡혀서 모였다"고 가슴 아픈 역사를 돌아보면서 "그러나 지금은 야구를 하기 위해 유대인 깃발을 흔들고 있다. 우리에게 이 대회는 야구대회 그 이상이다. 우리는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크 데이비스도 "어머니가 유대인이다. 조상을 대표한다는 것을 굉장히 좋은 경험이다. 특히 가족이 유대인으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자부했다.

이 대회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면 메이저리그 진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이스라엘 선수들의 의욕을 끌어 올려주는 자극제가 된다.

이미 빅리그에서 성공한 선수라고 절실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 텍사스 레인저스 아드리안 벨트레(오른쪽)

텍사스 레인저스의 베테랑 아드리안 벨트레는 부상이 완치되지 않았는데도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출전한다.

벨트레는 텍사스 스프링캠프 시작 직전 왼쪽 종아리 염좌 부상으로 WBC 출전이 불분명했다. 그러나 그는 시범경기에 몇 차례 뛰며 몸을 점검하고는 WBC 출전 강행을 결심했다.

그는 "100%로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100%였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경기에 충분히 뛸 수 있다"며 "나의 국가를 위해 경기하고 싶다. 도미니카공화국이 2013년에 했던 우승을 다시 하도록 돕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런 그를 두고 MLB닷컴은 "벨트레에게 WBC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다. 국가의 자존심이다"라고 표현했다.

뉴욕 양키스의 주전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는 소속팀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것보다 네덜란드 대표팀으로 WBC에 출전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뒀다.

고향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그는 "국가를 대표한다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다. 6살에 함께 야구했던 친구들과 팀을 이룬 것도 기쁘다"고 스프링캠프 도중 한국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 네덜란드 대표로 뛰는 뉴욕 양키스의 디디 그레고리우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 대표팀은 WBC 서울라운드에서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연속으로 패해 도쿄 2라운드 진출이 어려워지자 간절함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단지 국가를 대표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먼 길을 달려와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이스라엘, 네덜란드 선수들과 홈에서 부진한 한국 선수들의 모습은 대조될 수밖에 없다.

두 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한 김태균은 태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태균은 7일 네덜란드전이 시작하기 전 애국가가 나올 때 옆에 선 경찰야구단 소속 이대은과 함께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 신분인 이대은이 거수경례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민간인' 김태균도 경례를 따라 한 것은 장난스러운 행동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표팀은 또 경기에 지고 있을 때 대표팀 더그아웃 분위기도 '끝까지 해보자'는 투지가 없어 보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른 국제대회와 비교해 동기부여 요인이 부족한 것이냐는 비판으로 번지기도 한다. 병역 특례 혜택이 걸려 있었던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이 금메달을 땄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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