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능인구란 만 15세에서 64세까지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대를 뜻한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가 많을수록 그 나라 경제는 활력을 띠게 된다.

생산가능인구를 경제의 중추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올해 생산가능인구에 진입한 만 15세 청년들은 2001년 태어났다. 2001년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3명 밑으로 떨어지면서 처음으로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 해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통계청이 생산가능인구의 정점으로 전망한 해다. 획기적인 출산 대책이 없는 한 생산가능인구는 더 늘어나지 않고 줄어든다는 뜻이다.

10년 넘게 계속된 초저출산 시대의 그늘이 생산가능인구의 위기로 고스란히 옮겨간 이른바 '인구 오너스(Onus)' 시대의 개막이다.

베이비페어 찾은 관람객들
베이비페어 찾은 관람객들(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정부가 저출산 보안대책을 내놓은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0회 베페 베이비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2016.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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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가능인구 비중도 계속 추락…2065년 50%도 안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지난해 3천744만명이었던 생산가능인구는 올해 3천763만명까지 늘어났지만 내년부터 줄어들어 2065년 2천62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73.4%였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65년 47.9%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생산가능인구의 '고령화'와 맞물려 진행된다.

생산가능인구 중 15∼24세 비중은 2015년 18.0%에서 2065년 14.8%으로, 25∼49세 비중도 같은 기간 52.8%에서 49.3%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50∼64세 비중은 29.2%에서 36.0%로 상승한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는 저출산 고령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한국은 2001년 합계출산율이 1.297명으로 떨어지며 처음으로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인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했다. 합계출산율은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해 1.24명까지 하락했다.

10년 넘게 계속된 초저출산 기조는 2001년생이 만 15세가 된 올해 이후부터 고스란히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1955∼1963년생인 베이비붐 세대가 만 65세가 돼 생산가능인구를 졸업하기 시작하는 2020년이 되면 감소세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로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대 연평균 34만명, 2030년대에는 44만명씩 급감하는 등 감소 폭이 점점 커질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무거운 부양의무 부담으로 이어진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유소년·고령인구를 뜻하는 총부양비는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2015년 36.2명에서 빠르게 증가해 2065년에 108.7명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2065년 부양비가 무려 2015년의 3배에 달하는 셈이다.

◇ 10년간 80조 쓴 저출산 대책 계속 '불임'

정부는 이 같은 인구오너스 시대에 대비해 수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나나 둘만 낳아 잘 기르라던 정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여정부는 2004년 4대 분야별 20개 핵심 과제를 담은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국가실천전략을 발표했다.

이후 2006년부터 5개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 중·장기 정책목표와 기본방향을 담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5개년 계획에는 출산과 양육은 물론 고용, 주택, 교육에 이르기까지 매번 다양한 분야 정책이 총망라되고 있다.

교육·보육비 지원에 중점을 맞춘 1차 계획은 0∼4세 아동을 키우는 중산층까지 보육비 지원을 확대하고 방과후 학교 내실화를 통해 사교육비를 억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2차 계획에서는 육아휴직 신청조건을 확대하는 등 맞벌이 부부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 60세 이상 정년 연장을 시행한 사업자에게도 지원금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부터 시작한 3차 계획에는 신혼부부 맞춤형 행복주택 특화단지를 5곳에서 10곳으로 늘려 조성하고 자녀 셋 이상 가구에 주거보장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다자녀 가구 우대 혜택을 담았다.

정부가 이런 저출산 대책에 쏟은 예산은 10년간 80조원, 고령화 대책까지 합하면 15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은 10년이 넘도록 회복되지 못하고 노인 부양률도 매년 증가 일로를 걷는 등 구체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는 모양새다.

탑골공원 찾은 노인들
탑골공원 찾은 노인들(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찾은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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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산연령 낮추는 방법 강구…정부대책만으로는 한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에 대해서 단기 대책과 별도로 당장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경제가 타격을 입지 않도록 생산성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산연령이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떨어진다"며 "초산 연령을 어떻게 낮출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겸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성장하려면 노동·자본 투입을 늘려야 하는 데 저출산·고령화와 자본 기대수익률 하락으로 둘 다 여의치 않다"며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은 생산성 향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과를 잘 낼 수 있는 분야 위주로 공공부문 연구개발(R&D) 투자 재원을 배분하고 민간 부문 R&D도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사회적 인프라나 문화가 개선돼야 하는 터라 단기 처방 위주인 정부의 대책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 교수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 결혼으로 여성이 받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사회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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