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기자]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미국 외교·국방당국자들이 한미 당국자간 회동을 통해 '확장억제' 제공 공약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해석의 여지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과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요구 주장에 미국이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하반도 상공에 전개된 B-1B

미국 국방부 당국자들은 지난 12~13일 서울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미국은 재래식 전력과 미사일방어, 핵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t) 능력을 사용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특히 미 당국자들은 북한이 미국 본토나 동맹에 대해 그 어떤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물리칠 수 있다고 우리 당국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KIDD 회의에는 에이브러햄 덴마크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와 일레인 번 핵·미사일방어 부차관보가 대표로 참석했다.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공약은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린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도 언급됐다.

성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은 절대적이며, 어떤 흔들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가장 강력한 동맹이며, 북이 제기하는 여러 위협에 대응할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면서 "강력한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서 사드 배치를 포함해 동맹을 더욱 강화하려는 노력, 확장억제 제공 노력을 포함해 흔들림 없는 공약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 공약의 실천을 다짐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에 보여준 태도라서 그 메시지에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확장억제란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은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지난 13일 B-1B 장거리 폭격기 2대를 한반도 상공으로 출격시킨 데 이어 B-52·B-2 폭격기, 핵 추진 잠수함, 핵 추진 항공모함 등의 전략무기를 순차적으로 배치하려는 계획도 이런 공약을 시현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내 일각에서는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공약이 적시에 시현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략폭격기를 아예 6개월 단위로 순환 배치하는 방식으로 공약 실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여권 인사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군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거나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미국은 1991년 9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 선언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철수한 바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14일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도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고속으로 핵무기를 개발해 나가는 상태에서 미국이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이라는 '약속'에만 우리의 안전을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2015년 기준으로 180여 발의 핵무기를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의 동맹국에 보관하고 있고, 그의 운용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도 충분히 협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측은 한국에서 일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국 당국자들이 확고한 안보공약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를 안심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한국에서 일고 있는 핵무장론이나 핵잠수함 건조 주장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