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서울 지하철에서 유출되는 지하수가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에너지시책 추진실태 성과감사 결과' 하루 평균 서울 시내 지하철역 253곳에서 발생하는 유출 지하수는 6만8천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만3천여㎥(78.1%)는 환경 보호 등의 이유로 하천으로 방류됐고, 아예 활용되지 못하고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는 양도 1만3천여㎥(19.9%)였다. 도로 청소, 공원 용수, 역사 화장실, 건물 화장실 등에 활용되는 양은 1천300여㎥(2%)에 그쳤다.

문제는 이 유출 지하수가 여름 14∼19도, 겨울 14∼17도로 온도가 일정해 건물 냉난방 용수로 활용될 수 있는데도, 대부분이 그냥 흘려보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지하 10m 이상에서 약 15도가량의 안정적인 열원을 열펌프와 냉동사이클 설비로 이용하는 '지열 냉난방시스템'을 갖추면 냉방은 약 50%, 난방은 약 78%까지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며 "하루 평균 1천㎥ 이상 유출되는 양평역 등 20개 역의 유출 지하수만 활용해도 연 137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하철 유출 지하수를 냉난방에 쓰는 곳은 길음역(냉방)과 고려대역(냉난방) 등 2곳에 불과하다.

4호선 길음역의 경우 2014년 6월부터 지하수를 활용해 냉방을 하자 기존 냉동기 사용 대비 연 6천100만원(47%)의 에너지 비용을 아낀 것으로 조사됐다.

지하수법은 이미 매일 300㎥ 이상의 지하수가 유출되는 경우 냉난방 등 이용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지난해 '서울시 지하수 관리계획'은 "유출 지하수 일 150㎥가 열원으로 활용되면 350㎡를 냉난방할 수 있어 에너지 비용을 50% 이상 아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는 이에 따라 103억원을 들여 유출 지하수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 사업자에게 낮은 이자로 기금을 빌려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2014년 6월 고려대역 사례 이후 2년이 넘도록 신청자가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보고서는 "서울시 관련 부서,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으로 유출 지하수 활용 관련 업무가 분산돼 있다"고 지적하고, "지하철 유출 지하수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라"고 통보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매일 450㎥ 이상 유출되는 연신내역 등 63곳의 지하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와 협의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에너지 생산, 효율화와 절감, 에너지 나눔 관련 서울시 사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한편, 시 감사위원회는 서울시가 승용차 주행거리를 자발적으로 줄이면 인센티브를 주는 '드라이빙 마일리지제'가 환경부가 시도했다 폐지했던 시범 사업이나 보험 업계에서 활발한 주행거리에 따른 할인 제도와 비슷하다며 "차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