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수영 국가대표 출신 박태환(27)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과 관련해 무리한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박태환의 국가대표 선발규정 결격사유 부존재 확인 가처분 신청을 심리해 전부 인용 결정을 내린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염기창 수석부장판사)는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해당 결정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처분과 전혀 무관하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동부지법 서삼희 공보판사는 이날 통화에서 "법원 판단이 CAS 처분에 영향을 받는 조건부 결정이었다면 재판부가 가처분 인용 결정문에 '이 결정은 CAS 처분이 나오는 시점까지만 유효하다'는 표현을 넣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처분 신청 결과에 대해 박태환 측은 "박태환 선수에게 당장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자격을 주라는 취지"라며 "법적으로도 법원의 보전처분은 발령 즉시 집행력이 부여되는 것이고 이는 본안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계속 지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체육회 측에서는 "CAS의 잠정 처분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맞받고 있다.

같은 판결을 두고 양측의 해석이 엇갈린 가운데 판결을 내린 동부지법에서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면서 체육회는 더이상 버틸 명분이 사라졌다.

박태환은 4월 말 CAS에 국가대표 선발에 관한 중재 신청을 한 바 있다.

CAS 역시 올림픽 출전 엔트리 제출 마감 시한인 8일 이전에 결과를 내기 위해 6일 또는 7일에 잠정 처분 결과를 양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그러나 법원이 "이 CAS의 잠정 처분 결과는 법원 결정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박태환 측은 "체육회는 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CAS 결정이 나오더라도 따를 필요가 없다고 공언해왔다"며 법원 판결이 불리하게 나오자 'CAS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한 체육회의 입장이 사실상 '말 바꾸기'라고 지적했다.

박태환 측은 체육회의 이런 행태가 '시간 끌기'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체육회가 이달 초 CAS에 잠정 처분 관련 답변서를 보내면서 "박태환 관련 사안은 중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아예 CAS 관할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는 등 엔트리 제출 마감 시한인 8일을 넘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체육회가 CAS 결정에 따르겠다고 해놓고서 정작 CAS에는 중재 요건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결정을 내리지 말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동부지법 역시 "법은 이미 가처분 전부 인용을 통해 박태환이 국가대표 결격 사유가 없고, 리우 대표로 선발될 자격이 있다고까지 판단했는데 체육회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법의 지시사항을 어기는 것이므로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현재 유리한 쪽은 당연히 박태환 측이다.

이미 국내 법원의 판결을 받았고, 체육회가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는 CAS의 잠정 처분 역시 박태환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CAS가 잠정 처분을 통해 박태환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체육회에서도 신속하게 관련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만일 체육회가 근거 없는 시간 끌기를 통해 엔트리 제출 마감일인 8일을 넘길 경우 국가 기관이 법원이 명령한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비난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박태환의 국가대표 탈락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물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체육회는 우리나라 선수의 올림픽 출전 여부를 판단하는 CAS 중재를 위해 외국계 로펌과 거액의 수임료를 주고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연합)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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