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관계자들이 서울 동작구 은성PSD 본사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정우현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정비직원 사망사고를 낸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은성PSD가 앞서 서울메트로와 계약했던 업체보다 사업비를 4배가량 더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이정훈 서울시의회 의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은성PSD가 서울메트로와 계약하기 전까지 1호선종각역 등 89개역 스크린도어 유지·관리를 담당한 A사는 2011년 4월부터 7개월간 총액 10억2천5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역 1곳당 매달 165만원꼴로 계약한 셈이다.

그러나 이후 2011년 12월부터 계약한 은성PSD에는 2012∼2016년 350억원 가량을 주기로 했다. 계산해보면 역 1곳당 매달 600여만원, A업체에 준 금액의 4배 정도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서울메트로가 은성PSD에 특혜를 주고자 불필요한 예산을 책정했을 개연성을 살펴보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은성PSD가 받은 사업비가 일반 용역업체가 받는 것보다 훨씬 더 많지만, 우리 회사는 서울메트로로부터 전직자 고용 등 제안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성PSD는 2011년 설립 당시 125명 가운데 무려 90명이 서울메트로 출신이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의 자리를 보전해주려고 설립된 회사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늘어난 예산도 대부분 서울메트로 출신 임직원들에게만 돌아갔다. 이들은 매월 434만원을 받았지만, 숨진 김씨 등 비정규직에게는 144만원, 정규직에게는 180만∼220만원만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스크린도어를 설치 및 유지·관리하는 대신 22년간 스크린도어 광고를 유치하는 계약을 한 유진메트로컴도 들어간 비용보다 보장받은 수익 규모가 훨씬 커 사실상 특혜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서울메트로가 이들 업체에 사업을 맡기는 과정에서 공개경쟁입찰 원칙 등 입찰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점을 두고도 위법 여부를 집중 조사중이다.

앞서 경찰은 서울메트로가 은성PSD 등과 특혜성 용역 계약을 맺고 사업비를 과다 지급해 최대 200억원대의 손실을 본 정황을 포착,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서울메트로와 은성PSD, 유진메트로컴 등을압수수색했다.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배임 문제가 일부 나온 건 있는데 장부상으로만 있는 것이라 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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