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충북 제천시 도심 상가에는 날이 밝으면 1-2곳씩 셔터 출입문에 난해한 캐릭터 낙서가 생기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처음에는 누가 심심풀이로 그렸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낙서는 끊이지 않았고 지역도 점점 넓어졌다.

나중에는 중앙시장과 청전동, 남천동, 명동, 영천동 등 시내 주요 도심에 낙서가 없는 건물을 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시민들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나 외국에서 온 전문 그라피티 작가의 소행이 분명하다"며 범인을 잡아달라고 경찰에 잇따라 신고했다.

경찰에만 8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시청에도 40여 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대학 중퇴생 S(21)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S씨는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새벽 시간대에 제천 시내를 돌며 상가 셔터 출입문과 주택 벽 60여 곳에 낙서한 혐의를 받고 있다.

S씨는 처음에는 다리 교각, 폐가 등에 낙서를 하기 시작해 자신감이 붙자 상가 건물과 일반 주택으로 대상을 넓힌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낙서에 독특한 캐릭터를 그려넣고 '미친 소년'이란 뜻인 '매드 보이'란 영어 문구와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 넣었다.

미술에 관심이 많던 S씨는 부모의 권유로 대학 전기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 중퇴했으며, 서울 대학가 등에 그려진 낙서를 보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S씨는 경찰에서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어서 낙서를 했다"며 "그림에 특별한 의미를 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S씨의 그림을 보면 짧은 기간에 실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처음엔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적발되지 않자 계속 낙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30일 S씨를 형법상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여죄를 조사 중이다.(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5/30 11: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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