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영화계를 대표하는 알제리 출신 메르작 알루아쉬 감독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26일부터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되는 제5회 아랍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영화제 주최 측이 올해 영화제에 '아랍 필름마스터'란 세션을 신설, 첫 감독으로 알루아쉬 감독을 선정해 그의 최근 작품 3편을 상영하고 그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알루아쉬 감독도 기꺼이 한국에 오고 싶은 이유가 있었다. 29일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들어 이를 설명했다.

그는 "진지한 영화, 실험 영화, 예술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더 많은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줄 기회가 있다는 것이 아주 기쁘고 소중하다"며 "멀리 떨어진 아시아에서 아랍영화에 관심 있는 관객이 있다는 점이 새롭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알루아쉬는 40년간 영화 22편을 찍은 아랍영화계의 거장 감독이나 정작 모국인 알제리에서는 그의 영화를 볼 수가 없다.

그의 영화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배급사들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보고 극장 개봉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번 아랍영화제에 상영되는 '용서받지 못한 자'(2012), '지붕 위의 사람들'(2013), '마담 쿠라주'(2015)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내전으로 몸살을 앓은 알제리 정부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평화·화해 헌장'이 실효성이 없음을 꼬집었다.

평화·화해 헌장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총을 내려놓고 산에서 내려와 고향으로 돌아오면 '회개한 자'로 보고 사면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고향으로 돌아온 회개한 자가 마을 사람들의 냉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모습을 그린다.

알루아쉬 감독은 "평화·화해 헌장은 테러리즘 문제를 억지로 망각함으로써 해결하려는 발상"이라며 "많은 사람이 이에 동의할 수 없었고 최근까지도 테러리즘 문제는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지붕 위의 사람들'은 무슬림 기도 기간 옥상에 모인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알제리 사회에 내재한 계급, 종교, 젠더 문제를 다뤘고, '마담 쿠라주'는 약물 중독에 빠진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젊은 세대의 문제를 그렸다.

이같이 사회비판 의식을 날카롭게 드러낸 그의 영화는 알제리의 극소수 영화제에서 한두 번 소개되고, 이후 불법 복제 CD나 DVD로 유통된다고 한다.

알루아쉬 감독은 "아무도 볼 수 없는 것보다 그런 식으로라도 제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암울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 당장 많은 사람이 볼 수 없더라도 알제리 사회의 일면을 담은 제 영화가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력에서 흥미로운 점은 코미디 영화로 크게 성공한 덕분에 코미디 감독으로도 알려진 점이다.

알루아쉬 감독은 '안녕 사촌!'(1995), '슈슈'(2003), '바브 엘 웹'(2005) 등 적지 않은 코미디 영화를 찍었고, 이 중 '슈슈'는 당시 프랑스에서 관객 500만명을 동원하는 대히트를 했다.

그러나 그는 "지극히 예외적으로 만든 코미디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둔 것일 뿐"이라며 "처음 영화를 시작했을 때도 그렇고, 제가 더 잘하고 더 좋아하는 작품은 사회적인 영화"라고 밝혔다.

알루아쉬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 소개되는 3편의 영화를 통해 "문화가 다르고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나라에도 누구나 겪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길 바란다"며 "폭력, 불관용, 젊은 세대의 부적응, 약물 중독은 세계 어디에서나 심각성을 더해가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어디에나 관객은 어느 정도 닮았다. 감동을 하면 이해할 수 없는 디테일이 있더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며 "영화를 보고 공감과 이해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반가울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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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5/29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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