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대대적인 지역조직 개편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위원장 공모 절차를 시작한 더민주는 '기존 인사 솎아내기'를 선언하고, 특히 선거 패배지역에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공언했다. 전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한 호남에서 대폭의 교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지역조직 쇄신 기류 속에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친노무현) 진영 인사들도 물갈이 대상이 되리라는 관측도 있다.

지역위원장 선정은 차기 당권, 대권 경선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당내 역학구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 과정에서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간 힘겨루기도 전개될 전망이다.

김종인 특히 비상대책위 대표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경우에 따라 '김종인 지도부'와 당내 다수파인 친노·친문간의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해찬 전 총리의 지역구인 세종시 지역위원장 인선 문제가 계파갈등의 핵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호남 각별히 고려" 물갈이 예고?…광주 '신인 공천' 딜레마 = 29일 더민주에 따르면 당 조직강화 특별위원회(조강특위)는 다음달 1~3일 전국 253개 지역위원회를 대상으로 위원장을 공모한다.

조강특위는 다음달 8일 다시 회의를 열어 후보 평가기준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호남 위원장들이 대폭 물갈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강특위 간사인 이언주 의원은 "정권교체를 함께 할 참신한 인재를 찾기로 했다. 특히 총선에서 패배한 지역에 대해서는 엄격한 실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더민주는 당헌·당규에 따라 총선에 나섰던 후보들이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낙선 지역 심사기준이 까다로워지면 참패 지역인 호남의 교체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 관계자는 "조강특위가 호남의 기존 지역위원장들에게 선거 패배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혁신을 요구하는 지역 여론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호남 일부 지역에서는 낙선자의 경우 지역위원장 선정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조강특위 위원들도 지난 1차 회의에서 "호남에 대해서는 각별한 고려를 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갑작스레 물갈이를 하면 가뜩이나 국민의당의 출연으로 기반이 약해진 지역조직이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광주지역 더민주 관계자는 "총선에서도 지도부가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후보를 공천해 패배 원인을 제공했다"며 "가뜩이나 국민의당 등으로의 원심력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다시 일방적 인선이 진행된다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광주의 경우 현 지역위원장인 총선 후보들이 대부분 사실상 '정치신인' 이라는 점도 고민이다. '참신함'을 무기로 선정한 인물들을 불과 두달 만에 물갈이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

◇ '친노다수' 구도 바뀔까…세종시 임명 여부 관심집중 =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 인사들이 얼마나 교체될지도 주요 관심거리다.

김 대표가 조강특위에서 친노 인사를 사실상 배제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친노 원외 지역위원장에 대한 교체작업이 이뤄지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대표가 1차 조강특위 회의에서 "오래 직을 갖고 계신 분들은 솎아내야 한다"고 한 것도, 지역을 장악한 친노진영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총선 당선인 가운데 친노성향 인사들이 다수인 만큼,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친노진영을 배제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물갈이 작업이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입당이 가능해진 후 지역에서 친노성향 당원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도부가 '친노 물갈이'에 나선다면 반발이 터져나올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세종시 지역위원장 선임 문제가 계파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만일 세종시에 새 지역위원장을 임명한다면, 이 전 총리가 복당해 지역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친노진영은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총리 측 인사는 이와 관련해 "당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복당 심사를 미루더니, 이제 지역위원장까지 새로 공모를 하는 것인가"라며 "실제 임명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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