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시장의 상인이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놓고 영업하고 있다.

[정우현 기자] 노량진 수산시장 구 시장에 남아 현대화 건물로의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일부 판매장에 대한 전기와 해수 공급이 끊기기 시작했다.

현대화 시장 개장과 함께 구 시장 시설 제한이 본격화하면서 새 건물 입주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수협과 일부 상인의 대립이 팽팽해지고 있다.

13일 수협과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총연합회에 따르면 수협은 지난 11일 오전 11시 20분께 구 시장 활낙지·젓갈·건어물 판매장에 대한 전기 공급을 끊었다.

이어 같은 날 11시 40분께 시장 내 해수 업체가 판매장에 해수를 공급하는 장치도 운영이 중단됐다.

12일 건어물 판매장에 부분적으로 전기가 다시 들어왔으며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해수 공급을 복구했다. 계속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일부 점포는 촛불을 켜고 영업하고 있다.

일부 화장실 지하수 공급도 끊겼다. 변기 물이 내려가지 않아 상인들이 직접 상수도를 잇고 변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수협이 제지해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고 연합회는 전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운영하는 수협은 단전·단수를 포함한 시설 제한 방침을 예고했고, 현대화 시장 개장으로 철거해야 할 구 시장 시설을 상인들이 무단으로 사용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활낙지·젓갈·건어물 판매장은 새 건물로 옮기기로 한 매장이어서 전기 공급을 차단했다고 수협은 설명했다.

반면 구 시장에서 영업을 고수하는 상인들은 영업 중인 판매장에 수협이 일방적으로 전기와 해수 공급을 끊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채호 비상대책총연합회 사무국장은 "수협 주장이 합당하려면 판매장 내 모든 업체가 이동해야 하는데 일부는 남아 영업하는 상황에서 전기를 통째로 끊은 것은 영업방해"라고 말했다.

이번 단전·단수 조치와 관련해 연합회는 시장 시설을 관리하는 수협노량진수산㈜ 직원 A씨를 경찰에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수협은 새 건물로 옮기지 않고 구 시장에서 계속 영업하는 상인을 무단 점유자로 간주하고 명도·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르면 다음 주 중 소송에 들어갈 계획이다.

오는 20일에는 수협 주최로 구 시장 공터에서 노량진 수산시장 정상화를 촉구하는 전국 어업인 규탄대회가 열린다. 어업인 1천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수협은 전했다.

한편 상인 연합회는 감사원 감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가 국비를 투입해 추진한 사업인 만큼 감사를 통해 사업 추진 과정과 신축 건물의 문제점을 진단하겠다는 취지다.

이채호 연합회 사무국장은 "건물을 잘 지어놨으니 들어오라고 하지만 우리는 문제가 있다고 보니 객관적인 감사를 받아보자는 것"이라며 "감사에서 수협이 돈 쓴 용도나 도매시장 기능 부분이 제대로 돼 있다고 하면 두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시장이 공식 개장했지만 판매 상인 680명중 200여명만 새 건물로 옮겨 시장은 '두집살림'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많은 상인이 판매공간이 좁아지고 시장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새 건물 이전을 거부해서다.

그러나 수협은 판매공간 면적과 임대료 등은 건물 준공 전에 상인들과 합의한 사항으로 상인들의 불법 행위에는 법에 따라 강력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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