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아란 기자)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물들이는 핑크빛 로맨스는 '송송 커플'이나 '구원 커플'의 전유물이 아니다.

초등학교 동창인 의사 송상현(이승준 분)과 간호사 하자애(서정연)의 '밀당'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배우 이승준(43)은 "이번에는 삼각관계가 아니라서 좋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tvN 장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지리한 삼각관계의 중심에 섰던 그의 고충이 느껴지는 답변이기도 했다.

 

◇ "김은숙·김원석 작가 대본은 밤새워 읽게 하는 소설책"

이승준은 지난해 1월께 이응복 PD로부터 '김은숙 작가와 한 자리에 있는데 건너오지 않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이 PD와는 이미 '비밀'과 '연애의 발견', '꿈꾸는 남자' 등 세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김은숙 작가는 이승준을 비롯한 배우들에게 각자의 캐릭터가 멋있게 보이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캐릭터 진폭이 커도 이상하지 않으니 대신 재미있는 장면은 확확 '꺾어' 연기해 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철없는 개구쟁이 같다가도, 강모연(송혜교)을 비롯한 의료봉사팀 전원이 믿고 의지할 정도로 실력과 인간미를 갖춘 송상현 캐릭터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승준은 김은숙 작가가 김원석 작가와 함께 완성한 대본에 대해 "한 시간만 읽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 밤을 새워 읽게 하는 소설책 같았다"면서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대본"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본을 (연기로) 정확히 전달만 하면, 제가 할 일을 다 한 느낌이었어요. 제가 일부러 재미있게 보이려고 살을 붙이거나 하는 일이 작품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이 들었죠. 그래서 일부러 애드리브도 하지 않고 대본에 충실히 연기했어요."

 

◇ "직박구리, 김은숙 작가의 재기 발랄함 보여줘"

이승준은 하자애 역의 서정연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서정연이 2살 누나다.

"1990년대 후반 제가 대학로에서 연극을 막 시작했을 무렵 만났어요. 누나와 그 이후로 아주 가깝게 지낸 건 아니지만 언제 봐도 반갑고 좋은 느낌이 드는 분이에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도 호흡이 더 잘 맞았어요."

불혹을 앞둔 송상현과 하자애가 '코찔찔이' 초등학교 동창 시절로 돌아가 투닥거릴 때는 절로 웃음이 솟아난다.

이승준은 둘의 '밀당'에 대해 "어릴 적부터 정말 친한 사이인데다 송상현이 아홉 번 정도 장난하다가 한 번 정도 진지하게 고백하니 하자애도 (송상현 진심을) 아직 명확하게 못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시청자를 배꼽 잡게 했던 '직박구리 폴더' 비밀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하자애와 단둘이 밤을 보내던 송상현은 "내가 만약 죽으면 내 노트북 C드라이브에 있는 '직박구리 폴더'를 꼭 지워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야한 동영상'을 의심하는 하자애에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결국 "이 변태 자식"이라는 욕과 함께 등짝만 얻어맞는다.

"직박구리라니, 정말 김은숙 작가의 재기 발랄함을 보여주는 단어이지 않으냐"며 깔깔대던 이승준은 '직박구리 폴더에 든 것은 하자애에 대한 사랑 고백 편지라는 이야기도 있다'는 물음에는 묘한 웃음으로 대신했다.

많은 시청자가 송송 커플이나 구원 커플 못지않게 두 사람 관계의 결말을 궁금해한다. 이승준은 계속되는 질문에 "아직 드라마가 방송 중이라서 지금은 못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며 다시 웃었다.

"송상현과 하자애의 사랑이 결실을 보길 바라는 시청자가 많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삼각관계가 아니어서 좋아요. 세 명이 아닌 둘만의 연애와 고민 이런 것들을 풀어가다 보니 감정적으로 연기하기 더 편했어요."

 

◇ "온유 보면서 순수하게 연기했던 시절 그리워져"

신출내기 의사 이치훈(온유)과의 '브로맨스'도 송상현을 설명할 때 빠뜨릴 수 없다.

송상현과 함께 '초딩 개그'를 즐기던 이치훈은 대재난을 겪은 이후 방황 끝에 참의사로 성장하게 된다. 그 곁에는 그를 격려하고 이끌어주는 송상현이 있다.

이승준은 "온유를 바라보면서 저렇게 순수하게 연기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치훈은 쉬운 역할이 아니에요.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자기감정을 끌어내고 눈물을 흘리려고 계속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어요. 저라면 (눈물 연기를 위해) 벌써 안약을 넣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제 신인 때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더라고요."

이승준은 "이 드라마에서는 너무 오랫동안, 무려 30년을 기다려온 하자애와의 로맨스가 중요하지만 '브로맨스'를 연기하는 재미도 컸다"면서 "남자들 간 '케미'(화학작용)라는 게 분명 있다"고 강조했다.

'막돼먹은 영애씨'와 영화 '명량'으로 이미 이름을 널리 알린 이승준이지만, 이번 작품으로 확실히 더 존재감을 발산했다. 요즘 나이 지긋한 분들도 그에게 "'태양의 후예' 나온 아저씨 아니냐"고 묻는다고.

"시청률이 18%는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대박 날 것이라고는 상상 못했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니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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