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조민정 기자) 2013년 상습 도박으로 무더기 적발됐던 김용만·이수근·붐에 이어 탁재훈까지 방송에 복귀했다. 어느새 이렇게 다 돌아왔나 싶다.

음주 운전으로 잇따라 MBC TV '무한도전'에서 하차했던 노홍철과 길도 다시금 활동에 나섰다.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이 복귀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며 진심으로 반성했는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이들의 복귀가 어쩐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각자 나름대로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는 점에서 복귀와 동시에 비난을 받는 이들에게 일부 동정론이 있기도 하지만 방송의 파급력을 생각할 때 화제성을 위해 이들의 복귀가 조금 더 신중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방송 안 하면 자숙인가요?"…'뻔뻔'형

2013년 도박 혐의가 적발되면서 방송을 중단했던 탁재훈은 이달 말 엠넷의 인터넷 콘텐츠 '음악의 신2'로 3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다.

탁재훈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눅들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과 함께 도박으로 기소됐던 연예인들이 그보다 앞서 복귀하면서 주눅이 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없다"고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향후 활동 계획을 묻는 말에 비난을 우려한 듯 "'음악의 신2' 외에는 확정된 것이 없다"던 그의 대답과 달리 다음날 오전 그가 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도 했다.

사실 '뻔뻔형'의 대표주자는 개그맨 장동민이다.

 

그는 과거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의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그 직후 삼풍백화점 사고 피해자를 저속한 표현으로 비하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논란이 됐다.

사고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대중도 큰 불쾌감을 느꼈지만, 그는 '옹달샘' 멤버들과 함께 한차례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을 뿐 최소한의 자숙하는 시간도 없이 방송 활동을 이어갔고 비판여론에도 아랑곳없이 바로 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논란 직후 출연한 tvN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 방송 내내 그의 출연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그는 종영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숙한다는 연예인치고 집에 앉아서 반성만 하는 사람이 있을까? 다 외국 나가서 여행하고 쉬고 그러지 않나"라며 "방송을 그만두는 것은 제 입장에서 자숙도, 사죄도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 죄송하지만 저 좀…'은근슬쩍' 형

상습도박으로 2013년 이후 방송활동을 접었던 이수근의 경우 지난해 5월 tvN 'SNL코리아'의 김병만 편에 출연해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그는 소속사를 통해 "앞으로 활동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보름도 안 돼 KBSN 예능프로그램 '죽방의 전설' 고정 출연을 확정했다.

조용하고 점진적인 복귀를 택한 그는 나영석 PD의 '신서유기'와 MBN '전국제패', XTM '타임아웃'에서 활약했고 현재는 강호동과 함께 JTBC '아는 형님'에도 출연하고 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뒤 최근 방송에 복귀한 연예인들은 대부분 케이블TV나 종합편성채널로 향한다.

몇 년 사이 이들 채널의 위상이 급격히 올라갔기 때문도 있지만, 파급력이 큰 지상파에 바로 얼굴을 비칠 경우 쏟아질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일례로 노홍철은 음주 운전으로 방송을 중단한 지 10개월 만에 MBC TV 추석 특집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 출연했다가 엄청난 비난과 함께 시청률 면에서도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는 지상파 복귀를 뒤로 미루고 현재 케이블채널 tvN의 인테리어 정보 프로그램인 '내 방의 품격'에 출연 중이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에서 노홍철은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고 내내 떨며 반성하는 모습이었다.

노홍철은 자신을 방송인으로 만들어준 '길바닥' 콘셉트로 초심을 찾겠다며 tvN의 디지털콘텐츠 브랜드 tvNgo의 '길바닥쇼'도 시작했지만,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마찬가지로 음주 운전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길은 최근 엠넷 '쇼미더머니 5'에 심사위원으로 출연을 확정 지었고,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무한도전' 멤버 정준하 덕에 '무한도전'에도 얼굴을 비쳤다.

김용만은 도박 혐의로 방송을 중단한 지 2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소속사를 통해 전한 사과의 말과 함께 OtvN '쓸모있는 남자들'로 복귀했다.

 

◇ "할 말 없어요"…'묵비권'형

지난해 8월 KBS '나를 돌아봐' 촬영 중 PD를 폭행해 논란을 일으킨 뒤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던 배우 최민수는 지난 2월 SBS 설 특집극 '영주'로 복귀했다.

최민수는 하차 당시 제작진을 통해 "지켜봐 주는 많은 시청자에게 죄송하고 프로그램에 누를 끼친 것도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복귀를 하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오는 28일 첫 방송되는 SBS TV 월화드라마 '대박'에서 노련한 정치가이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야성을 드러내는 숙종 역을 맡았다.

최민수는 방송 시작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 참석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제작발표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3년 2월 SBS TV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 종영 직후 술자리에서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돼 물의를 빚었던 박시후는 햇수로 3년 만인 지난 1월 OCN 드라마 '동네의 영웅'으로 복귀했다.

 

피해자의 고소 취하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그는 "후회한 적은 없고 (지난 3년간) 앞으로의 활동 그런 쪽으로 많이 생각했다"는 짧은 소회를 밝혔다. 고소가 취하되고 기소도 되지 않은 만큼 당시에 받았던 혐의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때 방송계를 주름잡았으나 지금은 케이블 채널을 전전하게 된 이들은 금명간에 지상파에 돌아올 수 있을까.

지상파 방송은 심의실을 주축으로 방송출연자 규제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를 열어 규제 여부를 결정한다. 활동을 중단했던 출연자의 규제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또는 제작진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어떤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이 났거나 상당 기간이 흘러 사안이 해결됐다고 판단되면 요청에 따라 논의를 거쳐 출연 규제를 해제할 수 있다"며 "케이블에서 활동하고 있더라도 아직은 출연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돼 위원회에서 규제 해제가 부결되는 경우도 꽤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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