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호 기자] 일제 강점기에 강제 노역을 한 피해자들의 억울하고 가슴 아픈 사연이 책으로 나온다.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 한국유족회'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역사 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 '도화지'는 지난해 말부터 강제노역 피해자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도화지'는 회장인 진민식(22)씨가 고등학생이던 2012년 결성한 단체로, 현재는 중학생부터 20대 초반까지 2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진씨는 21일 "하시마섬과 강제노역 피해자분들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고서 또래들이 우리 역사를 알고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우선 이들 피해자를 직접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족회를 '노크'한 진씨는 지난해 11월 강제노역 피해자인 강낙원(86)씨를 처음 만났다.

원래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처럼 강제노역 피해자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들 생각을 했지만 여의치 않자 강씨가 부탁한 책 발간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제때 백두산의 물자 이송터로 끌려갔던 강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피해자 명단을 만들었고, 현재까지 3명을 인터뷰했다.

일본 시모노세키와 히로시마의 미쓰비시 공장으로 일하러 간 양금덕(85·여)씨와 유장석(93)씨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일제강점기 나라 잃고 어렵게 산 민족의 아픔이 그대로 담겨있다.

"중학교 보내준다 해서 따라갔어. 기계 깎는 방에서 일 시키면서 이달 안에는 꼭 보내준다고 하고 석달 뒤에도 안 보내줘. 1년 되고 해방이 돼서 나왔다 그 말이요."(양금덕)

"밥을 준다고 그래도 형편없지. 숙소는 거적때기나 깔아놨더라고. 시간도 없어. 그냥 밥 먹고 나가서 일하다가 해 넘어가야 들어오는 거야. (노동에 대한 대가는) 전혀 없지. 그냥 깡으로 부려먹었어."(강낙원)

"일본이 우리나라 좋은 나무들 다 잘라가고 사금 다 캐가고, 농사지으면 다 걷어가고. 우리는 풀과 뿌리, 나무껍질, 그걸 먹고 살았어도 언제나 일본은 망할 거고 우리는 독립될 거다 그런 얘기를 했어. 그런 희망을 품고 살았다고."(유장석)

진씨는 "피해자분들이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이 처음이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고 나라도 잊었는데 젊은이들이 찾아와줘서 감사하다'고 하셔서 울컥했다"며 "인터넷에서는 위안부, 독도 등 이슈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정작 이분들은 무관심 속에서 사신 것을 알게 돼 씁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대부분 고령으로 건강이 안좋은데다 막상 찾아가면 '몸이 힘들어 못 만나겠다'고 하시거나 방문했더니 그새 돌아가신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출판작업도 서둘러 진행하고 있다. 출판은 도화지 활동을 하다 알게 된 '큰글사랑' 출판사 대표가 흔쾌히 책을 내주겠다고 해서 한숨 돌린 상태이다.

'도화지'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책 제작비 등을 모금하고, 다음 달부터 책 편집 및 디자인에 들어간다. 책은 6월 발간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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