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윤고은 기자) '늑대소년'과 '착한남자'도 여전히 살아있지만, 거기에 강한 남성미가 부작용 하나 없이 더해졌다.

대개는 배우의 갑작스러운 변신이 어색함을 주거나 달갑지 않은 반응을 초래하는데, 이번에는 티끌 하나 끼어들지 않았다. 이쯤되면 하늘이 어여삐 여기는 듯.

'꽃미남' 중에서도 '미소년'의 이미지를 대표하던 송중기(31)가 '상남자'가 돼서 돌아왔다.

2회 만에 시청률 15%를 넘어선 KBS 2TV 수목극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는 특전사 베테랑 요원 유시진 대위를 맡아 강인한 남성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우락부락해서 징그럽다거나, 너무 강렬해서 거부감이 든다거나 하는 부작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그의 성공적인 진화에 대중은 즉각적으로, 전폭적으로 열광하고 있다. '상남자'의 멜로는 더욱 매력적이다.

더구나 돌아온 그가 마침 군복무를 씩씩하게 마치고 난 직후라 군문제에 예민한 대한민국 누리꾼들도 두 팔 벌려 '착한남자'의 매력적인 복귀를 반기고 있다.

◇ 단도 격투기 펼친 송중기…매력적인 '상남자' 되다

육군 현역병으로 21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5월 제대한 송중기는 복귀작인 '태양의 후예'에서 특전사 대위를 맡으며 다시 군인으로 돌아왔고, 그 선택은 옳았다.

비록 연기이긴 하지만 그는 '태양의 후예'에서 차돌처럼 날렵하고 단단한, 그러나 부담스럽지 않은 강인한 남성미를 과시하며 실제로 특전사 대위인듯한 포스를 풍긴다.

 

'태양의 후예' 첫회 첫장면에서부터 바로 단도를 들고 북한군과 살 떨리는 격투를 펼친 송중기의 모습은 이전까지 그의 착하고 순한, 때로는 유약하기까지 한 이미지를 단 5분여 만에 전복했다.

그가 그려내는 유시진 대위의 모습은 강하지만 거칠지 않고, 세지만 유연한 모습으로 마초같은 남성미와는 궤적을 달리한다. 유시진 대위는 송중기가 지금껏 간직해온 부드러운 이미지에 강인함을 매끄럽게 얹는 데 성공한 캐릭터로, 한동안 많은 남자 배우들이 갑작스럽게 근육을 벌크업 하며 인위적으로 남성미를 강화했던 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의 이러한 변신은 '깜짝 뉴스'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사실 그의 '출신성분'을 되짚어보면 고개가 끄떡여지는 지점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스케이트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하며 전국 체전에 두 차례 출전하기도 했던 송중기는 운동선수 특유의 승부기질과 근성으로 무장해 있다.

 

그간 작품에서 보여줬던 부드럽거나 유약했던 이미지는 외모에 어울리게 만들어진 것이었고, 사실 그는 특전사 대위에 어울리는 강인함을 내면에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 '백만불' 목소리에 깊어진 연기력…KBS 구원투수 등극

'배우의 50%는 목소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배우에게 목소리는 아주 중요한 무기다. 감성을 실어나르는 목소리와 발성의 매력은 배우의 연기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송중기는 그런 점에서 축복받은 케이스. 그의 굵지 않으면서도 매끄럽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일찌감치 점수를 땄고, 2012년 MBC TV 대작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의 내레이션으로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았다.

그런 그의 목소리는 '태양의 후예'에서도 새삼 빛나고 있다. 화면으로 송중기를 보고 있지 않아도, 귀를 통해 들리는 그의 '백만불짜리' 목소리는 유시진 대위의 감성을 정확하게 전달하며 시청자의 몰입을 이끈다.

목소리도, 연기력도 깊어졌다. 군복무로 2년여 팬들과 떨어져 있다 돌아온 송중기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군대에서 서른을 넘긴 자연인 송중기의 성장과 연기생활 8년의 사회적 연륜이 어우러지면서 송중기에게는 여유와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배어든 듯하다.

김은숙 작가의 대본이 만들어낸 유시진 대위라는 인물 자체가 멋있기도 하지만, 이를 소화해내는 송중기의 연기에도 주저함이나 부족함이 없다.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멋진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과 무기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카메라 앞에 선 배우의 보기 좋은 자신감이 신뢰감을 준다. 덕분에 멜로의 감성도 더욱 깊어졌다.

그러한 송중기의 성장으로 가장 덕을 본 곳은 KBS다.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던 KBS 평일 미니시리즈가 송중기의 매력이 터진 '태양의 후예'로 2년여 만에 시청률 15%를 넘어버린 것. 지금의 분위기대로라면 20%도 무난할 것으로 보여 KBS로서는 송중기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복덩이'가 됐다.

◇ 서른한살 송중기, 이제 질주할 일만 남다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 2008~2009년 KBS 주말극 '내 사랑 금지옥엽'에서 이태란의 막내 동생 역을 맡아 시청자에게 인사한 송중기는 그때부터 주로 한없이 착한 순둥이 이미지로 어필했다.

영화 '마음이2'와 드라마 '트리플', '산부인과' 등에서 그가 보여준 이미지는 '어린 동생'이었고, 대박이 난 영화 '늑대소년' 역시 미소년 송중기의 매력을 극대화한 작품이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구용하로 잠시 장난기 넘치는 유들유들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는 군대 가기 직전 출연해 히트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 다시 반듯하고 착한 이미지로 어필했다.

그랬던 송중기가 '태양의 후예'를 통해 '미소년'의 잔상을 깔끔히 털어내고, 여전히 꽃미남이지만 '상남자'로의 진화에 성공하면서 배우 송중기의 가능성은 무한대로 열리게 됐다.

유시진 대위의 매력에 대중과 함께 광고계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니 '송중기 세상'이 된 느낌이다. 서른한살 송중기는 이제 거침없이 질주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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