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메랑이 되어 발목 잡혀왔던 ‘개성공단’

[김태일 기자] 북한의 4차 핵 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국제사회는 연일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북한과 맞닿은 우리나라는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는 “북한은 핵을 개발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 만약 개발하면 내가 책임진다”면서 햇볕정책을 내세웠다. 당시 국제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북한의 핵 개발능력이 없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비롯한 현물지원이 늘어나면서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핵 개발능력이 없다던 북한이 네 차례나 핵 실험을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어째서일까? 간단한 셈법으로 따져만 봐도 김대중 정부에서 2,567억원, 노무현 정부에서 6,161억 달러에 달하는 현물지원이 북으로 흘러갔고 그 중심에 서 있던 것이 바로 개성공단이었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의 합의로 시작됐고, 노무현 정권에서 완성시켰다. 그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북한에 햇볕정책이라는 미명으로 퍼주기식 물자지원이 결국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도와준 결과를 가져왔고 일부는 북에서 남으로 다시 흘러들어와 김일성 주체사상에 동조하는 대공사범들에게 수혈됐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비난의 지적도 있다. 

당시, 북한의 현물지원이 상식을 초월하며 높아지자 반대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보정권의 이른바 ‘대북정책’은 “평화를 돈으로 살수만 있다면 막대한 비용이라도 써야 하지 않겠는 가”라는 감성적 주장으로 이성적인 비판을 피해갔다. 결론은 후세에게 돌아온 것이다. 즉,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결과가 도래한 것이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가래로도 막지 못한 박근혜정부에게 있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개성공단의 원죄 책임이 있는 진보정권에 있는 것이다. 

대북정책은 단기간 내에 결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아울러 그 결과도 상당부분 시일이 지난 뒤에야 역사가 판단할 수 있다. 10여 년 전 ‘퍼주기식’ 대북정책이 이제야 비로서 실패했다는 결과로 명명백백히 드러난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4차 핵실험까지 강행했다는 주지의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은, 김정은의 통치자금이나 핵, 미사일 개발에 흘러들어갈 자금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우리는 대북제제를 놓고 국제사회에 수차례 강조한바 있다. 부메랑이 되어 걸림돌이 됐던 것 중에 한 가지는 ‘개성공단’이었다. ‘너희가 직접 돕고 있는데 누구보고 대북제재를 논 하느냐’라는 것. 이런 목소리는 워싱턴 포스트에서도 “한국의 강화된 단독제재는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런가운데 박근혜정부에서 개성공단전면중단을 결정한 것이고 국제사회에 대북제재동참을 호소하면서 국가안보를 위해 사드배치까지 협의로 이끈 것이다. 이같은 외교력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원칙

박근혜정부에서는 진보정권의 실패한 대북정책 따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퍼주기식이 아닌 북한의 핵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원칙을 전제하고 강력한 억지를 기초로 대화와 압박을 균형 있게 병행하는 정책이다. 이것은 감성적으로 무조건 선의에 의존해서 유화적으로 신뢰를 쌓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성적인 것으로, 북한의 도발 등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 북한의 올바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지속해 왔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지난 2014년 말부터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와 “형식 불문” 그리고 “5.24 조치를 포함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제의했다. 북한에 신뢰를 쌓고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북한에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한 것이었으나 이럴 때 마다 북한은 대부분 거절해왔다. 

지난 2014년 3월 ‘드레스덴 구상’에 이어, 같은 해 8월 ’3대 통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남북간 호혜적이고 상호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통일지향적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나아가 지난 해 5월에는 ’민족동질성의 회복‘을 위해 <민간교류 추진에 관한 정부 입장 발표>를 하면서 민간교류를 확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것은 지자체와 언론인 방북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정치성 행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남북 교류가 확대되는 것이었다.   

이런 원칙에 따라 지난 해 8월 북한의 DMZ 지뢰 및 포격 도발로 고조된 긴장 속에도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8.25 합의’까지 이뤄냈던 것이다. 

이같은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민족의 생존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핵실험을 강행했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시험으로 위협적 도발을 거듭했다. 북한의 도발을 놓고 일각의 북한 추종자들은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애써 옹호하려하지만, 북한은 노골적으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해 3월 15일 북한 노동신문에서는 “핵전쟁으로 번지게 될 경우 남조선과 해외의 군사기지들, 백악관과 청와대를 비롯한 침략과 도발의 본거지들이 조준경 안에 들어있다.”고 엄포하기도 했으며, 그보다 앞선 2014년 11월에는 “핵전쟁이 터지는 경우 과연 청와대가 안전하리라고 생각하는가”라며 핵 위협을 서슴치 않았다.  

이런가 하면 여러 언론에서 보도된바와 같이 북한은 우리 대통령에 대해 △‘머저리’, ‘청와대의 촌닭’(‘16.2.11 조평통 성명) △‘독사도 무색할 정도로 대결악담의 능수’(‘15.7.14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담화) △‘정치매춘부’, ‘대결광녀’ 등 차마 언급하지 못할 저급한 표현을 써가며 욕설을 퍼붓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상호합의’를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그 책임이 우리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책임은 북한에 고스라니 있다. 북한은 치밀하게 실리를 선별해 가며 호응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만 봐도 △8.25 합의 직후에는 민간교류 차원의 방북 및 접촉 연기․회피, 세부 일정까지 합의 번복 △겨레말큰사전 편찬회의, 종교인평화회의 기도회 등의 행사를 금강산에서 개최하자고 요청한 뒤 ‘금강산 관광’ 논란 촉발 △남남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을 제안하며 호응탐색 △만남을 소망하는 이산가족들의 바람을 저버리고, 예정된 상봉 행사를 일방 취소(‘13.9)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도움을 주고, 북한 경제에 단초를 제공하며, 남북이 공동 발전할 수 있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극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노력해왔다. 결국 그로인해 개성공단의 자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개발에 전용된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거듭된 행태로 보아, 우리와 국제사회가 변함없는 대북정책을 되풀이한다면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만무하다. 

우리와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는 북한이 도발에 대가를 치르도록 하면서 북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물론 개성공단의 전면중단에 대한 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입주 기업들도 자신의 주장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범사회적으로 범국가적으로 우리가 감수해야 할 어려움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국가와 국민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진정한 국가이익이 무엇인가’

이러한 차원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조치는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원칙에도 부합되는 것이며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의 목표인 북의 비핵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대북문제의 해결과 함께 우리들 간의 갈등을 조속히 봉합하느냐가 남았다. 개성공단의 전면중단을 놓고 더 이상 논쟁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이를 갖고 정쟁을 꾀하려는 모습은 국민들 앞에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논란을 수면위로 끌어 올려 정쟁을 일삼으려는 집단은 국가의 안위를 뒤로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사람들이라는 비판을 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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