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김계연 기자) 20대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선거사범 적발 건수가 지난 총선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정치권 재편 움직임 등으로 과열·혼탁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다.

1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번 총선 선거사범은 이날까지 전국에서 286명 입건됐다. 19대 총선 당시 투표 58일 전 기준 209명에서 36.8%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12명은 이미 기소됐고 25명은 불기소 처분됐다. 249명 수사, 87명은 내사 중이어서 재판에 넘겨지는 선거사범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형별로는 흑색선전이 81명(28.3%)으로 19대 총선 때 24명에서 3배 이상 급증했다. 금품선거 55명(19.3%), 여론조작도 21명(7.2%) 적발됐다.

악의적 흑색선전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모 정당 책임당원은 작년 9월 다른 후보가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하려다 항의를 받고 무릎꿇고 사과했다'는 인터넷 기사를 카카오톡으로 전송했다. 지난해 3월에는 한 지역구에서 '○○당 여론조사 결과 현역 의원 지지율이 15%로 낮게 나와 경고 대상으로 분류됐다'는 허위 문자 메시지가 돌았다.

산악회 등 사조직을 만들어 사전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구민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등 불법기부행위도 적발됐다.

검찰은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아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선거사범이 급증한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현재까지 입건된 예비후보자는 31명으로 지난 총선 같은 기간의 34명에서 소폭 줄었다.

대검찰청은 이날 58개 일선 검찰청의 공안사건 담당 부장검사 72명이 참석한 '전국 공안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주요 선거범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검찰은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을 악용한 흑색선전, 묻지마식 의혹 제기는 최초 유포자를 철저히 추적하기로 했다. 특정 지역·성별을 비하·모욕하는 행위도 처벌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엄벌할 방침이다.

흠집내기 차원에서 근거 없이 고소·고발을 남발하면 무고 혐의를 철저히 수사한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총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을 제외한 고소·고발 사건의 86.1%는 불기소로 종결됐다.

검찰은 선거구 미획정으로 사실상 선거운동기간이 단축돼 금품 살포로 표심을 얻으려는 후보자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후보자 매수나 선거브로커 개입 등이 주요 감시대상이다. 당내경선에 따라 증가하는 선거비용이 허용치를 넘어서는지도 집중 점검한다.

검찰은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고발 전 긴급통보' 제도를 확대 시행한다. 사안이 긴급한 경우 선관위가 정식 고발하기 전이라도 내용을 통보받아 압수수색 등 증거를 확보하는 제도다.

2014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홍보성 기사를 써주겠다며 총선 출마 예정자 6명, 지방의원 31명, 지방자치단체장 14명에게 3천870만원을 받은 언론사 대표와 기자 등 5명을 이미 이 제도로 적발해 수사 중이다.

선거법을 위반한 당선자의 사건 처리도 예전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검찰은 현역 의원과 당선자 사건은 원칙적으로 직접 수사하고 수사검사가 공소유지까지 전담하기로 했다. 검사별 전담 지역구를 지정하는 한편 정확한 법 적용과 증거수집 효율을 위해 경찰 지휘를 강화한다.

17∼19대 총선 당선자 중 115명이 기소됐고 이 가운데 36명의 당선이 무효 처리됐다. 선거범죄가 발생한 때부터 당선무효 확정까지 평균 19.7개월 걸렸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불법과 반칙을 써서 당선된 사람이 오래도록 국민의 대표로 행세한다면 정의에 반하고 국가적으로 부끄러울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새로운 갈등을 만든다"며 "이번 총선에서 검찰 수사는 엄정하면서도 과거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 디케처럼 소속 정당이나 당락, 지위고하를 떠나 범죄행위 그 자체만으로 판단해야 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어떤 시비도 남기지 않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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