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헤모필리아라이프] 최근 SK케미칼의 ‘혈우병 신약’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국내기업의 단일 독주도 머지않아 끝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외국기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국내에 혈우병 치료제를 공급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은 이렇다. 
우선, 한독에서 적십자사를 통해 수입하고 있는 CSL Behring의 혈액제제 모노클레이트-P가 있다. 그리고 국내 8인자 유전자재조합제제 시장을 휩쓸고 있는 박스앨타의 애드베이트가 있고 이어 한국화이자제약의 진타 솔로퓨즈가 있다. 일단 8인자 혈우병 치료제만 이렇게 손꼽을 수 있다. 물론 항체 치료제를 공급하고 있는 노보노디스크, 8인자 코지네이트FS를 공급하다가 중단한 바이엘 등이 있다. 더구나 외국 기업은 M&A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국내 혈우사회에 거쳐 간 제약사가 몇몇 더 있었다.

   
 

◇ 새로운 기업 ‘샤이어’의 출현

흥미로운 건 지난해부터 간간히 들려오고 있는 ‘샤이어(shire)’라는 회사이다. 이 회사가 혈우사회에서 조금 범상치 않게 언급되고 있는데 이유인 즉, ‘박스앨타’를 인수하겠다고 러브콜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것. ‘박스앨타’는 혈우병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알려진 대기업이다. 더구나 국내 혈우병 8인자 유전자재조합제제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같은 소식으로 지난 해 말 뉴욕증시에서 관련주가 한 때 요동을 치기도 했다.

국내에는 비교적 생소한 ‘샤이어’는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제약사 중에 한 곳이다. 지난 2014년 6월 국내법인 설립이 완료된 이 회사는 ‘전략적 M&A’에 강하고, 연매출 50억 달러의 규모로 미국, 러시아, 일본, 싱가폴 등 전세계 약 30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희귀난치성질환’의 전문제약사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또 한 가지 발생한다. ‘샤이어’가 한국법인을 설립하면서 지사장으로 세운 인물이 바로 문희석 대표라는 점이다. 문 대표는 지난 2009년 바이엘에서 특수치료제 총책임자를 맡아, 혈우병 치료제 ‘코지네이트FS’를 보건복지부로부터 보험급여 적용을 이끈 주역이다. 나아가 ‘코지네이트FS’ 이슈와 맞물려, 혈우병환자 단체인 한국코헴회는 숙원사업이었던 ‘나이제한 보험급여 차등 적용’ 문제도 헌법소원을 통해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작용이 됐다.

   
▲ 한국샤이어 문희석 대표

지금까지 흐름을 보면 ‘샤이어’의 문 대표는 상당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최종 관문이었던 한국혈우재단 내에서의 ‘코지네이트FS’ 처방은 끝내 매듭짓지 못했다. 이같은 아쉬움이 문 대표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문 대표가 이끄는 ‘샤이어 코리아’가 ‘박스앨타’를 인수하게 되면 그의 숙원(?)이 풀리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혀 근거없는 낭설만은 아니다.

박스터도 지난해 혈우병치료제 부분을 떼어 내 ‘박스앨타’로 분사시키고 향후 혈우병 치료제 분야의 시장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서고 있는 것을 볼 때, ‘매각을 위한 몸값 높이기’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같은 움직임은 'M&A'를 앞 둔 기업들의 전형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 박스앨타코리아 김나경 사장

그러나 박스앨타도 만만치는 않다. ‘박스앨타코리아’에는 외국 혈우병 치료제의 국내 론칭에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김나경 사장이 있다. 10여년 전, 박스터의 8인자 유전자재조합제제 ‘리콤비네이트’를 국내에 론칭하면서 국내 혈우병 환자들은 ‘혈액제제’에서 ‘유전자재조합제제’라는 치료제의 대 전환기를 맞게 됐다. 해당 치료제의 보험급여 적용도 0세 8세 16세를 순차적으로 밟아가다가 마침내 국내 혈우병 환자들 대부분이 유전자재조합제제로 전환해 치료받게 됐다. 그 역사적 전환의 중심에 있던 주역이 바로 김나경 사장이다. 

더구나 ‘박스앨타’는 혈우병치료제 분야에서 “탄탄한 파이프라인과 최첨단 기술 플랫폼을 가진 회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내 녹십자를 통해 자사의 치료제를 공급하고 있어 녹십자의 마케팅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 덕에, 외국기업이면서도 국내기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실리를 얻고 있다.

그러나 한국 상황이 이렇다하더라도 글로벌 본사의 결정에 따라 많은 변수를 나타내는 것이 외국기업의 한계이다. 본사에서 M&A를 진행한다거나 매각 매수 결정이 내려지게 되면 국내 법인은 본사결정에 따라야 한다. 이와관련 혈우사회의 여러 관계자들은 박스앨타와 샤이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샤이어’는 국내에 직접 공급할 ‘첫 치료제’를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철저히 베일에 감춰진 것이다. 혈우사회에 놀랄만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봄직하다. 

 

◇ 새로운 혈우병 치료제 기술 ‘롱액팅’…국내도입 ‘가시화’

지난 해 국제 혈우사회에 불어온 ‘신약’ 바람은 ‘롱액팅’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차세대 혈우병 치료제’라고 부르기도 했다. ‘롱액팅’이라는 것을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반감기(약 효과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시간)를 길게 늘려 체내에서 ‘지혈효과를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것으로 풀이 할 수 있다. 기존 치료제는 8시간에서 12시간 정도면 절반 수준으로 약효가 떨어지지만 ‘롱액팅’ 치료제는, 반감기를 19시간(바이오젠 ‘엘록테이트’) 이상으로 연장해 놨다는 것. 비록 지금 수준은 1.5~2배 정도 늘려 놓은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수개월까지 연장시킬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오길 기대하기도 한다.

     
   
 

‘롱액팅’ 치료제는 국제 혈우사회에서 ‘바이오젠’이라는 제약사에서 첫 스타트를 끊었다. 치료제 ‘엘록테이트’를 미국과 일본 등 여러국가에서 시판하고 있고, ‘엘록타’라는 이름으로 유럽시장도 선점했다. 이렇듯 혈우병치료제 분야에서 ‘바이오젠’이라는 회사가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며 큰 관심을 받고있다. 국내에는 아직 법인은 없지만, ‘바이오젠’의 약품이 ‘한국유씨비’라는 제약사에서 공급된 바 있기에 국내 혈우사회에서는 ‘한국유씨비’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유씨비 제약은 지난 1989년도 설립돼 중추신경계 질환,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 면역 및 염증질환에서 오랫동안 연구개발해 온 회사이다. 회사명은 익숙하지 않지만,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 ‘지르텍’이라는 제품명이 우리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다.

   
▲ 서명석 팀장

특히, 한국유씨비 제약은 외국 혈우병 치료제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론칭시킨 서명석 팀장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혈우사회의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혈우병 환자들에 따르면, 서 팀장은 회사의 ‘약품철수 결정(코지네이트FS)’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환우들을 위해 끝까지 책임지고, 해당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치료제가 공급될 수 있도록 관철해 낸 인물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 그는 한독약품의 모노클레이트-P, 바이엘의 코지네이트 등 혈우병 치료제 시장의 풍부한 마케팅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바이오젠의 롱액팅 기술이 적용된 ‘엘록테이트’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론칭시킬 수 있는 인물로 그 만한 적임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한편, 이외에도 국내에서 혈우병 치료제를 판매하고 있는 여러 제약사들이 자사의 ‘롱액팅 신약’을 임상 중에 있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큰 변수가 없는 이상 머지않아 국내 혈우사회에서도 ‘롱액팅’ 기술이 적용된 치료제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엘록테이트는 7개 용량으로 나눠져 있고, 디바이스는 위와 같이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엘록테이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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