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내년 4월 총선 출마자를 교체하는 부분 개각을 단행했다. 이미 예고되긴 했지만 주변에서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새누리당의 재선 의원인 유일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는 이준식 서울대 교수를 내정했다. 이 외 행정자치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국가권익위원회 위원장도 새로 임명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안 처리에 신경을 쓰느라 개각을 늦췄으나 공직사회의 동요와 국정 이완을 막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개각의 핵심인 경제사령탑으로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 '친박계'로 분류되는 유일호 의원을 발탁했다. 박 대통령은 국토교통부장관에서 국회로 복귀한 유 의원을 한 달 만에 다시 경제부총리에 기용함으로써 두터운 신임을 줬다. 자신의 경제철학을 잘 아는 '복심'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KDI 연구원 출신인 유 내정자는 여권의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조세·재정 전문가이며, 튀지 않는 유연한 사고와 친화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개각에서 박 대통령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을 유임시켜 경제팀의 안정감을 유지했다. 따라서 새 경제팀은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을 이어받아 차질없이 수행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호 내정자는 개각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고 못박았다. 비정치인이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으나 최경환 장관에 이어 다시 경제부총리에 정치인 출신을 앉힌 것은 대국민 또는 정치권과의 원활한 소통을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과 후년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현오석, 최경환에 이은 3기 경제팀이 당면한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경환 경제팀은 '초이노믹스'가 상징하듯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정과 정책을 총동원해 침체에 빠진 경제 살리기에 나섰으나 경기의 하강 속도를 제어했을 뿐 추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 성장률 목표를 3.8%로 잡았으나 2.7%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내수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부동산 부양정책으로 경제에 온기를 지폈으나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위기의 뇌관이 됐다.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수출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대외 환경은 더욱 불투명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고, 중국의 경기 하강에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락이 겹치면서 신흥국들이 위기 국면으로 몰리고 있다. 경제의 대외 의존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악재가 첩첩산중이다. 유일호 경제팀은 이런 격랑 속에서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인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부문의 차질없는 개혁과 규제 개혁, 한계 기업 구조조정,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중단없이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국정 현안인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도록 야권 설득에도 나서야 한다. 우리 경제는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느냐 아니면 장기 저성장의 침체로 빠져드느냐 기로에 섰다. 새 경제팀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경제 현안 해결에 돌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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