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a2로 한 등급 상향조정했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제시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무디스와 S&P,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등급 가운데 역대 최고로 중국보다 한 단계, 일본보다는 두 단계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로부터 한국보다 높은 등급을 받은 나라는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등 7개국에 불과할 정도로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신용이 높아졌다. 무디스는 건전한 재정상태, 악성 외채(단기외채)의 감소, 정부의 구조개혁 노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이뤄진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에서는 경제 주체들이 자신감을 잃으면서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무디스는 오히려 우리의 전반적인 경제 여건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 경제 기초여건이 튼실하다는 신뢰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 3천700억 달러에 가까운 외환보유액,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등은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된다. 국가신용등급의 상향은 기업과 금융기관 등의 대외신용도를 높여 국외로부터의 조달자금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국내 증시나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맷집도 그만큼 세질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신용등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된다. 최근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선진국의 양적완화 공조가 깨졌고 이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도 글로벌 경제의 불안을 높이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4.73 달러로 2009년 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에 원자재 가격 급락이 겹치면서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중동 산유국 등 재정을 원자재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안은 우리 금융시장은 물론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는 안갯속이다. 정부는 3.1% 성장 목표를 제시했지만, 대부분의 민간 연구기관은 2%대로 전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5%, 한국경제연구원은 2.6%, 현대경제연구원은 2.8%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 경제 환경이 올해보다 악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경기의 회복이 어렵고 수출(통관기준)도 0.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52%는 내년 경영 기조로 '긴축경영'을 제시했다. 이들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장기형 불황'으로 봤고, 상당기간 회복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들이 연말에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부는 안팎 경제 여건을 면밀히 살펴 위험 요인이 생길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해가 가기 전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법을 처리해 19대 국회 마지막 의정 활동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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