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로금리 마감…부채관리 신경써야

미국이 9년여 만에 '양적완화'를 마감함으로써 세계 경제의 불투명성이 커졌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16일 (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연준이 제로금리를 종료한 것은 경제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부른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은 무려 4조5천억 달러를 풀어 경기 부양을 계속했으나 이제 돈 풀기를 멈춰도 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기저의 경제체질이 꽤 양호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연준은 향후 통화정책을 시장 순응적으로 낮게 유지하겠다고 강조함으로써 금리 인상 속도가 매우 완만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기관차인 미국이 경제 여건 호전으로 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큰 틀에서 글로벌 경제에 좋은 소식이다. 중국 경제의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회복은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다. 연준이 시장 친화적인 완만한 통화정책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이날 새벽 뉴욕 증시는 1.28% 상승했다. 유럽과 아시아증시도 미국의 점진적 금리 인상 기대감을 선반영해 전날 강세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치명타를 맞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터키,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들이다. 이들 국가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급격한 글로벌 투자 자금 유출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은 3조5천억 달러에 달한다. 국가와 민간의 달러 부채가 많은 경우 원리금 부담이 커져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그동안 각국의 양적완화에 힘입어 급등했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2008년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함께했던 통화정책의 공조(양적완화)가 깨진 것도 국제 외환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충실한데다 단기외채가 줄고, 무역 흑자폭도 커 미국이 급속하게 금리를 올리지만 않는다면 적응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신흥국의 위기로 세계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일 경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주에만 우리 증시에서 8억 달러 가까운 자금이 이탈했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연내 1천2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계부채다. 대내외 악재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과도하게 늘어난 주택대출 관리방안을 최근 발표했지만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핵심규제가 빠져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영업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좀비 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 기업(금융사 제외)의 15%가 한계기업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미룬다면 더 큰 재앙(금융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재계는 우리의 주요 시장인 신흥국이 흔들릴 경우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의 주력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하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흥국까지 막히면 내년에도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기업과 정부가 지혜를 모아 수출 차질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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