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탈당 선언으로 야권 분열이 현실화됐다. 안 전 대표는 13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지금 야당은 국민에게 어떤 답도 드리지 못한다.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표방했다. 그는 지금의 새정치연합에 대해 "그대로 머물러 안주하려는 힘은 너무도 강하고 저의 능력이, 힘이 부족했다"면서 "이대로 가면 총선은 물론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을 안에서 혁신시키지 못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내년 4·13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안 전 대표 탈당을 시작으로 야권 분열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이번 주중 수도권과 호남의 현역의원 5∼10명이 1차 탈당에 나서고, 연말까지 2차, 3차 탈당이 이뤄지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명은 물론 최대 30명의 의원까지 탈당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얼마나 많은 의원이 동반 탈당할지, 또 앞으로 생길 '안철수 신당'에 얼마나 많은 인사가 참여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 지금 단계에서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총선 국면에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형성이라는 중대한 정치적 지형의 변화가 이뤄지게 된 것은 분명하다.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야권의 분열은 공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여당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수도권의 경우 일여다야 구도는 치명적이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토요일인 12일 밤 긴급간담회를 소집해 안 전 대표의 탈당 결심 철회와 문재인 대표의 당 갈등 해결을 위한 무한책임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야권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책임에서 문재인 대표는 벗어날 수 없다. 문 대표는 당을 하나로 모으는데 실패했고, 야권 분열을 막지도 못했다. 그의 정치적 리더십도 크게 손상됐다. 문 대표의 '마이웨이' 선언 이후 결과적으로 안 전 대표는 탈당했고, 상당수 비주류의 후속 탈당 도미노도 예상되고 있다.

안 전 대표도 야권 분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안 전 대표는 1년 9개월 전 당시 민주당과 통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주역이다. 자신의 말대로 '힘이 부족'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당의 혁신과 변화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국민은 잘 모른다. 지금 이 시점에서의 선택지가 탈당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다. 분명한 것은 새정치연합의 그동안 내홍이 결국 총선 공천권 싸움일 뿐이라는 게 당 밖의 차가운 시선이다. 문·안 두 사람이 '결별'을 선택한 만큼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야권이 지지층에 안긴 실망을 그나마 줄이기 위해서는 이제 갈라선 문·안 두 사람 모두 분명한 정치적 색깔을 내야 한다.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를 선언하며 새 정치세력 구축에 나선 안 전 대표의 경우 더욱 절실하다. 자신이 비판했던 낡은 진보와 '안철수 신당'은 어떻게 다른지 국민이 체감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지금까지와 다른 정치권의 변화와 희망을 보여 주는 정당이나 세력에 국민의 지지는 쏠릴 수밖에 없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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