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헤모필리아라이프 유성연 기자] 방한 중인 박스앨타의 레너드 발렌티노 메디칼 총괄책임자가, 국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시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의협신문(닥터스뉴스, 22일자 보도)과의 인터뷰에서 유력 경쟁사인 화이자의 ‘진타 솔로퓨즈’를 겨냥해 “진타는 B-도메인을 없앤 유전자재조합 혈액응고인자 8번 치료제”라며 “B-도메인이 전체 분자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렌티노 메디칼 총괄책임자의 답변은 “한국은 물론, 유럽에서 진타 솔로퓨즈의 도전이 거센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답한 것으로, 마치 ‘B도메인이 삭제된 치료제는 매우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으로 오인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혈우병사회에서 심각한 파장이 예측되고 있다.

‘B-도메인’ 논란은 무엇이었나?

한때, 혈우병 국제사회에서 혈우병 치료제의 ‘B-도메인 제거’를 놓고 ‘항체발생’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오랜 임상결과 관련 학계에서는 ‘무의미하다’는 것으로 매듭짓고 일단락 됐다.

이같은 논란은 국내에서 또 한 차례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바이엘사의 코지네이트FS와 녹십자의 그린진(B-도메인 삭제)을 놓고 환자들간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당시 녹십자는 공장장을 비롯한 연구책임 박사가 코헴회를 방문해 설명회를 갖기도 하면서 ‘오해와 진실’을 풀었다.

아울러, 혈우병에 저명한 폴 레오 프란시스 지안그란데 박사(WFH 메디컬 부총재)도 지난 2010년 11월 <헤모필리아라이프>의 질의응답을 통해 “‘B-도메인’이 삭제된 혈우병 치료제도 Full Length 제품과 차이가 없다”고 말하면서 의문은 해소됐다.

그런데 이 시기에 또다시 ‘B-도메인’을 놓고 불을 지핀 이유가 무엇일까? 관심의 흐름은 ‘시점’으로 집중된다.

이 시점에서 박스앨타發 ‘B-도메인’ 발언이 왜 나왔나?

발렌티노 메디칼 총괄책임자의 발언의도를 놓고 ‘발언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그 이유를 두고 화이자의 진타가 ‘재단의원에서 곧 처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단의원에서 진타가 처방되면 바로 박스앨타의 애드베이트는 이제는 ‘보호막’을 벗고 직접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제공격이 필요한 박스앨타는 방한 중인 발렌티노 메디칼 총괄책임자를 통해 ‘의도적인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스앨타의 애드베이트는 혈우병시장 점유율 1위의 제약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혈우재단에서 새로운 혈우병 환자가 등록될 경우, 대부분 이 치료제로 첫 치료를 하게 된다.

한국혈우재단의원에서 처방되는 혈우병 A형 유전자재조합제제는 단 두 가지. 박스앨타의 ‘애드베이트’와 녹십자의 ‘그린진F’다. 그러나 선점효과를 거둔 박스앨타의 애드베이트를 녹십자의 그린진F가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나 화이자의 ‘진타’는 다르다. 편리성과 약품 반감기 등 동종의 치료제 중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기 때문에 박스앨타 입장에서는 화이자의 ‘진타’가 몹시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다. 이 약품이 재단의원에서 처방된다면 박스앨타는 지금까지 지켜왔던 ‘혈우병치료제 매출 1위’라는 타이틀을 계속 고수할지 장담할 수 없다.

재단의원에서 진타가 처방될 수 있을까?

“‘재단의원에서의 처방’이라는 관문을 놓고, 오랫동안 힘겨운 싸움을 해왔던 진타가 과연 이번엔 처방이 될까? 처방이 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같은 질문에, “이번에는 진타가 재단의원이라는 관문을 넘어 설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이 높게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바로 ‘박스앨타’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박스앨타는 최근 국내에 혈우병B 치료제 ‘릭수비스’를 식약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아 한국혈우재단에 런칭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판허가가 나자마자 재단의원에서 처방되는 건, 수년을 기다려 왔던 다른 치료제와 ‘형평성 논란’ 내지는 ‘다른 이면합의’ 등에 대한 의혹이 쏟아질 것이 자명하다. 그 비판의 강도는 지금까지 있어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앞서, 화이자의 진타는 지난 2013년 7월 한국혈우재단 산하 ‘의약심의위원회(약심)’에서 ‘처방하겠다’는 취지로 심사통과 됐지만 2015년 9월 현재 2년이 넘도록, 재단 산하의 전국 어느 의원에서도 조차 단한 건도 처방되지 않았다.

따라서, 재단의원에서 박스액타의 ‘릭수비스’를 처방하기 위해서라도, 화이자의 진타를 처방해야 명분도 있고 갖은 의혹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헤모필리아라이트>는 A사와 B사의 관련 직원과 통화를 한 뒤 ‘진타가 재단의원에서 곧 처방될 것’이라는 전망을 듣기도 했다.

A사의 한 직원은 “혈우재단 (황태주)이사장님도 (진타의) 처방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또 B사의 한 직원은 “‘진타가 약심회의 통과한지 언제인데 아직까지 (재단의원에서) 처방 안 되고 있나’며 이건수 교수가 화까지 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건수 교수는 지난 2013년 재단 약심의회에서 환자들을 위해 ‘진타의 심사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분으로 알려졌다. 그는 혈액학회 회장 이사장 등 여러 학회에서 업적은 쌓은 관련분야 세계석학이다. 한편 이 교수는 경북의대 소아청소년과 과장을 역임하고 지난 해 8월 정년퇴임했다.

유탄 맞은 녹십자? … ‘파트너 끼리 이럴 수 있어?’
‘B도메인 삭제’한 녹십자의 ‘그린진F’

발렌티노 책임자가 겨냥한 치료제는 ‘진타’이다. 그러나 그가 언급한 ‘B-도메인 삭제’ 치료제는 녹십자의 ‘그린진F’도 해당된다. 게다가 녹십자는 박스앨타로부터 ‘애드베이트’를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는 공식 파트너 제약사다.

바둑용어 중에 ‘아생 연후에 살타’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일단 내가 살고보자는 말에서도 나온 것이다. 박스앨타가 급하긴 급했나보다. 파트너 제약사가 어찌되건 간에 ‘일단 나부터 살기’식 행보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박스앨타와 녹십자의 ‘파트너’ 관계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게 아닌가? 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박스앨타가 초조할까? 그렇다면 이유는 뭘까? 계산 방식은 이러하다. 박스앨타의 입장에서는 릭수비스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애드베이트’의 매출 감소는 염두 해 둬야 한다. 반면 화이자에서는 진타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베네픽스의 매출 감소는 이미 머릿속에 담고 있다. 한편 녹십자의 ‘그린진F’를 이용하는 환자들은 일부 의료진에게 권유받거나, 스스로 국산 치료제를 원해서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린진F’의 매출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큰 손실은 박스앨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9인자의 경우 ‘릭수비스’가 출시된다하더라고 10년이상 ‘배네픽스’를 장기 사용해 왔던 환자들이 사용상 크게 메리트를 느낄만한 게 없기 때문에 ‘릭수비스’로 옮겨갈만한 이유는 많지 않다. 그러나 애드베이트의 경우는 진타까지 합류하게 되면 유전자재조합 제제가 3가지로 늘어나고 편리성 등의 경쟁부분에서 ‘진타 솔로퓨즈’가 우세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 쪽은 ‘박스앨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박스앨타는 지난 7월 1일 박스터에서 법인을 분리하고 혈우병치료제 등에 주력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로 현재 ‘애드베이트’ 등 혈우병치료제를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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