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은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외교적 모험인 것 같다. 서방 국가들은 우려가 섞인 반응을 보였지만, 한국인들은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미국의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인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일(현지 시각)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열병식 참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라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이번에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시진핑 주석과 별도로 만나서 회담한 유일한 정상이었다. 중국으로서는 서방 국가의 주요 지도자가 참석한 것으로 큰 성과다. 반면 북한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미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견을 밝혔다.  

“군사 퍼레이드까지 박 대통령이 지켜봤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어떤 느낌이 들까”라는 질문에 조너선 폴락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뭐가 도움 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러나 한 장의 사진이 미국 내 일부에게 충격을 줄 수도 있다. 모든 뉴스나 TV에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 정상 옆에 나란히 서서 중국의 군사대국화 선언을 지켜본 것처럼 이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완곡하게 우려했다. 그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존 케리 국무장관을 만나서 미국이 양해했다고 발표했다”며 “공식적으로야 반대한다는 말을 안 했지만, 일부는 마음이 편치 않을 수도 있다”고 평했다. 우회적이지만, 미국의 일각에서 우려 섞인 놀라움을 표했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방중(訪中)했고, 실제 북한에 대한 논의도 많았던 것 같다”라는 질문에 조너선 폴락 선임연구원은 “중요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공개적으로 밝힌 것 외에 다른 부분도 있다고 보는데, 양측 간 논의를 어떻게 실천할지는 좀 지켜봐야 한다”며 “김정은은 상당히 비정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고, 중국과도 우호적이지 않다. 이런 현실에 대해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공통된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 주석은 김정은의 행동에 참지 못하는 듯도 하다”고 평했다. 한국과 중국이 밀담까지 하는 친한 관계라는 조너선 폴락 연구원의 분석이다.  

조너선 폴락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을 많이 압박해왔다. 시 주석은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지금의 북·중 관계는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에서 제한적이고, 거리를 두는(some distance) 관계다. 김정은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고 하겠지만, 중국이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10월 미국 방문’에 대해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을 강조해야 하고, 이를 재강화할 필요가 있다. 양국 관계는 이제 성숙한(mature) 관계다. 양국이 무슨 일을 해도 서로 편할 수 있는 단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밀착하는 한국의 외교는 괜찮지만, 미국과 멀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조너선 폭락 연구원의 진단이다.  

조선닷컴은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동맹인 유럽 국가 정상들이 대거 불참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며 워싱턴포스트의 “군인 30만명 감축 선언이 서방 정상의 불참으로 빛이 바랬다. 톈안먼 군사 퍼레이드는 과거 탱크로 시위대를 진압한 ‘톈안먼 사태’를 떠올리게 해 참석을 주저하게 한 측면이 있다”는 보도도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중이 역사 문제에 대해 입장을 같이했지만, 아베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삼가는 것에 주목했다”며 마이니치신문의 “양국은 2차 세계대전 때의 항일 역사를 언급하면서도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는 보도를 주목했다.  

동아일보도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톱뉴스로 게재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중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들이 있다. 한중 관계가 북-중 관계를 넘어섰다는 주장”이라며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과거에 비해 한중 관계가 가까워진 반면에 북-중 관계가 냉랭한 것은 맞지만 역전했다고 보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의 “중국은 한반도에서 남북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싶어 한다”는 주장을 전한 동아닷컴은 한 한중관계 소식통의 “북한과 중국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양국 사이가 안 좋은 건 맞지만 북-중 관계의 근간을 해칠 정도로 나빠진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도 전했다.  

“물론 북-중 관계가 예전만 못한 것도 분명해 보인다. 가장 큰 원인은 북핵 문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북핵 6자회담에 나오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상 북-중 정상회담 개최는 어렵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김정은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가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실장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방중은 중국 권력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다 만나고 돌아왔다는 선전거리가 있어야 한다”며 “정상회담이 어려워지고 열병식에서 길어야 10∼20분간 시 주석을 만날 상황을 김정은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외국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중국 방문 효과로 급상승하여 50% 선을 돌파했다고 한다. 조선닷컴은 “한국갤럽이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5%포인트 오른 54%였다. 긍정 평가가 5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이라며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에는 남북고위급 접촉 합의 영향으로 전주(34%)보다 15%포인트 급등하면서 49%까지 올라왔었다. 2주 만에 지지율이 20%포인트 상승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긍정평가 이유로는 대북·안보 정책(36%), 외교·국제관계(17%)를 가장 많이 꼽았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험적이고 진취적인 대중외교가 어떤 효과를 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북한보다 한국이 더 중국에 친한 듯한 모양세를 연출한 것이 남북통일에 부정적이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열병식을 공동으로 검열하는 장면이 미국의 대한전문가나 상하원 의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좀더 주시해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방일과 방미 외교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중 외교의 성패를 가름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상상할 수 없는 도발적 모험외교가 남북통일에 어떤 지렛대 노릇을 할지 주목된다.  [조영환 편집인: http://www.allin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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