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우파사회가 언론의 중요성이나 심각성을 인지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에 와서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 보도 이후 정권과 우파사회가 큰 타격과 충격을 받은 이후에야 깨닫기 시작했다. 그때 공정언론시민연대와 같은 우파성향 언론감시단체가 처음 등장했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언론이 방송을 어떻게 장악했으며 어떤 짓들을 벌였는지 폭로도 나왔다. 우파는 소위 좌파정권 10년을 거치지 않았다면 언론의 중요성을 그나마 이 정도라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일찍부터 간파한 좌파세력이 언론장악을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공부하고 조직화, 세력화에 공을 들였는지 별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야권과 좌파세력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모태조직이 이미 1984년에 나왔으니 2008년 정도에야 언론감시기구가 나온 우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 결과, 현재 각 언론사에 잘 조직된 언론노조와 KBS,MBC,YTN 등 방송사에 탄탄하게 뿌리를 내린 기득권 언론노조가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한 모습을 우리 모두는 지켜보고 있다. 소위 우파정권이 8년차에 들어섰는데도 방송사 편파, 왜곡보도 사건은 수시로 터진다. 인터넷 매체 수는 여전히 비교 자체가 불가하며 정권은 수시로 이들 언론으로부터 필요 이상 공격당하고 매도당한다. 툭하면 괴담이 돌고 맹독처럼 음모론이 퍼지는데도 소수의 우파언론이 필사적으로 나서야 겨우 알릴까 말까다. 비뚤어진 언론현실을 비판하고 고발해야 할 언론단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좌파진영은 민언련, 언소주, 언개련 등과 같은 기존 단체들에다 기타 언론 관련 여러 단체들이 수시로 조직되고 맹렬히 활동하는데 비해 우파진영은 거의 전무하다. 몇 년 반짝하다 사라졌거나 자금난 등으로 언론단체란 간판과 기사 몇 개 흔적만 남긴 체 활동을 접었다.

언론이 망가진 시대, 언론시민단체가 절실한 이유

그러나 현실이 이렇다고 방관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념과 정파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존중되는 사회를 기대한다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 됐다.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과 왜곡인지 가려내야 하는 시대가 다시 도래한 것이다. 언론이 그 어떤 정치·이념세력보다 더 정치적이고 이념투쟁에 나서는 작금 언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꿰뚫고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더욱더 절실하게 됐다. 언론이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혼란의 시대에 공정하고 참된 언론을 가려내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불공정 언론을 감시·비판하고 이 문제를 공론화시켜 언론을 정상화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는 언론단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파성향의 기존 언론단체가 지속가능하지 못하고 빠르게 사라진 이유를 파악해 그것과 선을 긋고 전문성과 콘텐츠를 살릴 수 있는 단체여야 한다. 그래서 언론노조 진영이 독점하듯 쓰면서 비뚤어져간 공정언론 정명을 바로잡는 작업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언론 모니터링을 통한 감시, 비판활동이 주요한 역할이 될 터다. 공영방송과 종편, 보도채널 등이 제 역할을 하는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쉽게 말해 민언련 우파버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공영방송 이사들에 대한 평가도 빼놓을 수 없다. 철저한 평가로 아무 역할도 하지 않고 자리만 즐기는 무용지물 이사 퇴출작업도 해야 한다. 사이비언론의 문제도 있다. 먹거리는 한정돼 있는데 경쟁은 치열한 사생결단의 시대에 언론생태계는 그만큼 악화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사이비언론의 피해가 는다. 참다못한 광고주협회가 최근 사이비언론, 유사언론 척결 공론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결국 이 문제 아닌가. 정부는 인터넷언론 등록 기준을 취재, 편집기자 5인 이상으로 포털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근본처방이 아니다. 사이비언론 행위는 이미 포털 진입에 성공한 다수의 언론사들이 하고 있다. 기업 90%가 유사언론행위가 심각하다고 답했다는 광고주협 조사결과나, 실제 사이비언론으로 지목된 매체 다수가 정부가 제시한 5인 기준을 넘어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민언련 우파버전이지만 민언련과 전혀 다르다

기업을 울리는 사이비언론을 가려내는 일도 결국 언론단체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언론을 망가뜨리는 또 하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이상 시민단체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이런 사이비언론을 부추기는 결정적인 원인제공자인 포털에 대한 감시와 비판도 빼놓을 수 없다. 포털이 언론을 좌지우지하여 상왕 노릇을 하도록 두는 게 아니라 포털이 언론의 눈치를 보고 언론은 포털을 적극 감시, 비판할 수 있도록 견인역할을 할 언론단체가 필요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편집권을 행사하면서 언론권력을 놓지 않는 포털의 정치선동도 여전히 적극적인 감시대상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언급한 것처럼 언론감시, 사이비언론 퇴출, 포털 감시와 비판을 담당할 전문적이고 콘텐츠 있는 언론시민단체를 구상하고 있다. 민언련 우파버전이라고는 했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거의 정치세력화 되다시피 한 민언련과 다른, 다시 강조하지만 전문성과 콘텐츠로 무장한 시민단체가 될 것이다. 앞으로 나올 이 단체가 우리 언론을 다시 살리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미디어그룹‘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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